꽃천지

2014.04.06 15:06:16

김종구

충북도립대학 디지털경영정보과 교수

모임이 있어 갔다 지인으로부터 질문을 하나 받았다. '무심천 변의 벚꽃나무가 모두 몇 그루냐?' 고. 세상에 그런 질문을 다 받다니. 그저 활짝 핀 벚꽃을 보기에만 정신이 팔렸었는데. 꽃 대신 다른 쪽으로도 관심이 갈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참 한가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림짐작으로 대답하기엔 너무 아닌 거 같아 눈만 꿈뻑거리니, '만 그루'라고 답을 주었다. '아, 그렇지' 하며 입가에 미소가 슬며시 번졌다.

온 세상이 꽃천지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꽃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올해는 날이 너무 따뜻해 절기가 빨라져 그런지 시차를 두고 피어야 할 꽃이 때를 모르는 철부지처럼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니 보는 이는 눈이 즐겁기만 하다. 하긴 꽃들이 철부지이랴!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 하니 꽃을 탓할 수만도 없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감상해야 할 기회는 사라져버려 상춘객들의 아쉬움 또한 클 것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꽃이나 나무를 소재로 한 시나 그림을 묶어 화집이나 화첩을 많이 남겼다. 선비들이 문사철(文史哲)을 전공필수로 삼고, 시서화(詩書畵)를 교양필수로 삼았으니 자연스럽게 자연이 그들의 벗이요, 스승이며, 자신을 깨닫는 거울로 여겼던 것이다. 특히 시서화가 한 작품으로 창작되는 경우도 많았으니 이른바 문인화는 그야말로 학식과 예술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봄의 전령사 매화, 사군자의 으뜸으로 특히 설중매(雪中梅)는 고고한 산림처사의 풍모를 연상케하는 꽃이다. 우리 문인 중에는 특히 퇴계 선생이 매화를 너무 사랑하여 늘 곁에 두었고, 오죽하면 죽을 때 남긴 말이 '화분의 매화에 물을 주라'고 할 정도로 매화 사랑이 지극하였다.

나무에 핀 연꽃 목련. 백목련의 고결함과 자목련의 색감이란 정말 강렬하다 할 것이다. 피었을 때와 바닥에 뒹구는 꽃잎은 너무나 대비된다. 목련은 별칭도 많은데, 연꽃의 별칭인 부용(芙蓉)을 사용하여 목부용(木芙蓉)이라 하고 신이(辛夷)라고도 한다. 목련꽃은 북쪽을 향하여 피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면(南面)한 임금을 향한다고 하여 충신화(忠臣花)라는 이름이 있고, 절간에 많이 심어서 향불화(向佛花)라고도 불린다. 이밖에 꽃봉오리가 붓과 같다하여 목필화(木筆花), 함박꽃, 영춘화(迎春花), 거상화(拒霜花)등의 별칭이 있는 꽃이다.

또 지금 살구꽃도 한창인데, 벚꽃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꽃이다. 청명절의 꽃인 살구꽃은 문일평이 지은 '화하만필'에 보면 '행화는 요염한 것으로 미인에 비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여, 연분홍 살구꽃을 봄과 여인의 상징으로 보았다. 하지만 행단(杏壇), 행전(杏田), 행림(杏林) 등은 각각 강학(講學)하는 장소, 백성들을 구휼하는 밭, 양의(良醫)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요염한 여인이 더욱 아름다울 수 밖에.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노란 병아리를 연상케하는 개나리꽃과, 영원한 유토피아의 꽃 복사꽃, 두견새가 울 때 토하는 그 피로 이루어졌다는 진달래꽃, 지금 절정인 벚꽃 등 봄과 함께 찾아 온 꽃들이 참으로 많다. 이 꽃들이 있어 봄 한 철 행복하다. 문화생활이 별것 있는가· 돈 들여 멀리 가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돗자리 하나 들고 가까운 곳으로 꽃놀이 가는 일탈을 감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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