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정치풍자쇼가 던진 메시지

2014.05.27 11:16:40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방영됐다.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준비한 차세대 리더특집 프로그램이다. 쓴웃음으로 넘기기에는 지방선거전에 나선 후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던 정치풍자쇼였다고 자평한다.

출연진들이 보여준 좌충우돌 속에 후보들에게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내용이 돋보였다.

구태정치 날카로운 비판 백미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을 꼬집은 행태는 소개하기 힘들 정도로 넘쳐난다. 정형돈이 SNS를 통해 여론몰이를 유도했던 장면이 그렇다. 박명수가 특별한 공약이나 준비 없이 무조건적으로 특정 후보를 낙선하기 위해 참가 했다고 토론에서 밝힌 장면은 현재의 지방선거전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지선 후보들의 지겨운 선거 행태에 무거운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한 장면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정책이나 이념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단일화에 열을 올리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이 그랬다.

무한도전 토론회 장면은 사실 재미를 떠나서 정치풍자쇼의 백미였다.

유권자들이 왜 그토록 수많은 선거에서 점점 관심을 멀리 하는지를 토론회 장면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토론에서 자신을 무시했다고 토론 도중 갑작스럽게 유재석 지지 철회를 밝힌 박명수 후보의 장면이 그랬다. 자신들의 선거 공약을 밝혀야 되는 시간에 생산적인 공약을 공개하기에 앞서 타 후보의 흠집을 찾아내기 위해 다른 후보의 사적 생활을 촬영했다.

무한도전이 풍자한 정치행태는 6·4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어김없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 선거전이 극성을 부린다. 있지도 않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터무니없는 흠집내기용 발언도 난무한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성숙한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처사다.

그리스 철학자들인 소피스트들 간의 토론은 당시 좋은 구경거리였다. 토론회가 열릴 때면 수많은 관중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피스트들은 '철학하는 연예인'들이었다. 이들은 치열한 논쟁과 토론에 의해 사상과 생각의 가지들을 활짝 뻗쳤다. 동물들은 물리적 싸움이나 위협으로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반면, 인간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어지고 있는 각 후보들의 토론회 수준은 '막장' 그 자체다.

가장 모범을 보여야할 충북지사 후보 합동토론회조차 막말을 주고 받았다. 후보 간에 정쟁은 당연하지만 최소한의 품격조차 저버린 토론회였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이유다.

자기주장만 반복한다. 상대를 감정적으로 공격하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 버리는 토론회도 많다.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토론을 하는 만큼, 토론자는 설득당할 수 있는 여유 또한 지녀야 한다. 조금도 물러날 수 없는 전투가 아니라, 상대의 옳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의 자세가 더 돋보이기 마련이다.



가슴 울리는 후보가 그립다

'이기는 토론'을 주장한 쇼펜하우어마저도 "권위로 억누르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이 진리라고 판단되면 기꺼이 자기주장을 양보할 수 있는 사람과는 토론이 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접은 지는 이미 오래다. 항상 선거에 나설 때만 시장 상인들과 악수하고 평범한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그들의 희망 없는 메시지는 이제 그 누구의 가슴을 울리지 못한다.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진영논리에 휩싸이지 않겠다는 후보 역시 지금은 어느덧 기존 진영의 편에 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구태정치를 반복하면서 매번 선거 때마다 누구를 심판하고 누구에게 희망을 달라는 건지 그들의 영혼 없는 메시지는 이젠 소음보다 더 시끄러울 뿐이다.

무한도전 정치풍자쇼가 던져준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후보들 모두가 한번쯤 곱씹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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