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 더 이상 가정내 문제가 아니다

2014.06.23 15:58:34

안한기

영동경찰서 형사팀장

세계보건기구(WHO)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중 약 30%가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한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도 가정폭력 경험이 있는 여성 비율이 23.2%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가정폭력이 가정 내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의 가정폭력은 단순한 가족문제나 부부갈등으로 치부되어 가정 내 해결을 우선시했고 공권력이 적극 개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에서 추진한 4대악 근절 캠페인에도 가정폭력이 포함 될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 되고 있다.

2013년 발표된 "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근거로 하여 적극적으로 공권력이 개입되어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가정폭력 발생 시 초기 대응 및 처벌이 강화되어 현장에서 적극적인 법집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찰관의 집안조사를 거부하거나, 접근금지 명령을 어겼을 시에는 50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술을 마신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면경찰서나 응급 의료센터로 가해자를 보내 최대 24시간동안 피해자와 분리 시켜놓는 등 많은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졌다.

가정폭력의 한 사례를 예로 들면 얼마 전 한 가정주부가 형사팀 사무실에 찾아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상담을 요구했다.

약 10여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주변에 시선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거나 이혼하지는 못하고 그냥 참으면서 살아왔다는것이다.

얼굴에 선명한 멍 자국을 보면서 방관할 수는 없다고 생각되어 사건 처리를 강력하게 권유했고 그에 따른 피해자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 해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가정주부는 결국 처벌을 결심했고 신속히 전담 형사를 지정하여 사건 처리 및 피해자 보호활동을 전개 했다.

이 후 가정폭력 가해자도 가정 내 문제라고 생각했던 가정폭력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처벌을 망설이던 피해자 역시 자신에 남편이 많이 변하였다며 고마움을 표시 했다.

사건 이후에도 전담 형사가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실시하여 피해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안겨주고 가해자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여 가정폭력 예방에 큰 효과를 보았다.

가정 폭력에 더 큰 문제점은 가정폭력 속에 성장한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학습된 폭력으로 학교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빈번한 가정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타인에 고통에 무뎌지고 모든일을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는 등 굉장한 폭력적 성향을 보인다.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보고 배운 행동이 폭력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공권력에 개입이 자제되었던 사회적 분위기는 이미 바뀐 지 오래 임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된다.

가정폭력은 조직폭력 못지않게 심각한 결과를 야기하고 그만큼 우리 경찰,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경찰에서는 가해자의 처벌뿐만 아닌 타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피해자 보호에도 더욱 노력하고 있고 또한 가정폭력 전문 경찰관을 지정해 지속적인 사후 모니터링을 하면서 재발을 방지하는 등 다방면으로 혼신을 다하고 있다.

가족은 사회를 이루는 기본이며 가정이 행복할 때 사회뿐만 아니라 국가도 안정 될 수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처럼 가정에 행복이 모든 행복에 근원이며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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