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와 당선자들에게 2

2014.06.17 13:21:15

지난 주말에 43회 '정도전'이 방영됐다. 민선6기를 이끌어 가야 할 당선자와 정치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나왔다. 천도와 관련된 논란 과정에서다.

'밥버러지' 만들지 말아야

천도를 하려는 이성계에게 신하들이 반발하자 이성계는 그들을 모두 투옥하려 한다. 마침 그때 명에 갔던 정도전이 돌아와 이성계와 독대한다. 이성계가 왕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아니 되옵니다"로 일관하는 신하들에 대해 불평하자 정도전은 이렇게 말했다.

"신하의 소임은 간쟁하는 것입니다. 시끄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는 천하가 모두 간쟁에 나서는 것입니다. 공론은 나라의 원기와도 같은 것이니 나랏일로 궐 안팎이 떠들썩한 것은 그만큼 이 나라가 건강하다는 증좌입니다."

그러면서 "군왕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자는 밥버러지일 뿐 제대로 된 신하라 할 수 없다"고 '양순한 신하 디스(diss) '도 펼쳤다.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대사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중앙부처와 지방정부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그렇다. 상당수의 고위 공무원들이 대통령 또는 단체장이 하는 말을 받아 적고 고분고분 이행하는 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도전의 대사처럼 윗사람 지시사항에만 충실한 인사들은 모두 '밥버러지'가 된 셈이니 참으로 통렬한 질타다.

이번 방영분에서 정도전은 이성계와의 대화에서 "임금의 소임은 듣는 것, 참는 것, 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마치 이성계가 아닌 민선6기 출범을 앞둔 당선자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듣고, 참고, 품으라는 것이다. 그래야 천하가 간쟁에 나서는 건강한 대한민국 그리고 자치단체가 될 거라는 간언이다. 리더가 듣고, 참고, 품으려 하지 않으면 결국 아랫사람이 수첩에 머리를 박고 받아쓰기만 하는 경직된 시스템이 된다.

'정도전'이 최고의 정치드라마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는 이렇게 당대 국민의 마음을 담아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주문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당선자들은 내년 예산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때가 그렇다. 아무리 주민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단체장 일지라도 지역발전을 이끌어 갈 종자돈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시·군정이나 도정이 잘 굴러가려면 국비라는 윤활유가 칠해져야 하는 이치에서다. 세종청사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다 보면 수가 생기게 돼 있다.

그래서 인지 정부세종청사를 찾는 광역단체장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광역단체장들의 이 같은 세종행(行) 이유는 한 가지로 집약된다. 국비를 한 푼이라도 더 따오기 위한 사투의 연장선이다.

지방선거 끝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러나 싶지만 현실은 시간이 넉넉지 않다. 내년도 정부예산편성 일정에 의하면 이미 각 정부부처는 예산편성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가령 내년도 지역 SOC현안 사업 중 국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라면 해당 시·도지사는 당적을 불문하고, 그리고 초선이든 재선·3선이든 세종청사로 달려가야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중앙부처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하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변질되든지, 없는 지방정부 재원으로 근근이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충북도의 경우 내년도 정부 예산안 목표액을 4조2000억 원으로 정하고 예산반영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데 목표달성이 녹록치 않다.

중앙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부처별 충북 관련 예산 반영액은 3조8천억원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비록 정확한 산출액은 아니다 하더라도 목표대비에 미달했다는 것은 앞으로 정부예산 최종 확정∼국회상정∼정부예산안 국회 확정 이르기까지 국비확보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다. 이시종 지사와 당선자,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역량 결집에 나서야 할 이유다.

세종청사야 말로 지자체의 핵심이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지방정부 이양기에 당선자들이 오만한 권력형 리더십만을 고집하면 큰코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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