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성장한다

2014.06.17 13:09:35

김지선

음성 삼성중 교사

얼마 전 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후배를 만났다. 그 후배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많이 불안하고 힘든 모양이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돌아오면서 선생님이 되어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초임교사 딱지도 떼고, 7년차 경력교사가 되어 있는 나를 바라보며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발전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의 첫 발령지는 시골에 위치한 남학교였다. 학급 수도 적고, 아담한 학교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새학기 첫 날,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처음 맡았다. 그때부터 나의 파란만장 교단 생활이 시작되었다. 정말 예전에 유행했던 일본 드라마 '코쿠센'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나보다 덩치 크고, 강력한 아우라를 풍기는 남학생들과 1년 동안 동거동락하려니 앞이 깜깜했다. 정말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땐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다. 지금 같으면 별로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 당시는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겁나던 새내기 교사에게 모든 게 다 무서울 따름이었다. 학생지도, 상담 등 처음 해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종례하고 학생들을 보내고 난 후, 한숨 돌리며 교무실 의자에 앉으려고 하면 어디선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학생들이 하는 말 '선생님, 교문에서 우리 반 애들 싸우고 있어요!' 이 말을 듣고 부리나케 뛰어가면 역시나 흙투성이로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는 우리반 학생들이 있었다. 간신히 싸움을 말려서 교무실로 데리고 오면 이 학생들에게 뭐라고 해줘야 할 지 참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조금만 요령이 있었어도 그렇게 애먹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 내 자신이 참 어렸던 것 같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시험 공부만 하다가 선생님이라고 아무런 준비없이 교단에 선 내가 할 줄 아는 있는 일이 너무 없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를 거듭하다 보니 학생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사도 성장한다. 다양한 학생들과 희노애락을 느끼며, 동거동락하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성장에는 열정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교단은 교사의 성장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학생과 정보들 속에서 교사는 속성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워야만 한다. 물론 교사를 위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런 연수에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 교단에서 필요한 것은 이론을 통한 지식보다는 직·간접 경험을 통한 지식인 것 같다. 방향을 잃은 학생에게 등불이 되어줄 수 있는 상담법, 좋은 수업을 하는 방법 등은 실전을 통한 경험에서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사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사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교직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을 잃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교사 성장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를 들면, 교사 간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소통을 위한 선배·수석 교사와의 꾸준한 멘토링, 교내 연구 분위기 조성(학급운영, 학생과의 소통법, 감정코칭 등), 수업나누기 프로그램 운영(딱딱하고 형식적인 수업 컨설팅이 아닌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수업공개가 진행되어 수업에 대한 자유로운 분석과 조언) 등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도 교사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이 학교마다 마련되어 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부담스럽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의 성장이 곧 교육의 발전이라는 생각 속에서 우리의 작은 노력이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업 능력 향상 및 교사의 자긍심 고취라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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