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사표를 담고 사는 여자

2014.06.23 13:42:32

백경미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

지난 2월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합동으로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이 발표된 바 있다. 이에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근로자의 경력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감독 해달라"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이후 관계부처와 16개 지자체가 협업하는 '여성경력유지 정책 현장 모니터링' 사업이 현재 추진 중에 있다.

모니터링사업은 모성보호제도, 보육제도, 재취업제도가 지역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회의체를 통해 제도를 개선, 여성고용률을 70%까지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충북지역 모리터링의 책임연구자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되었고 고용청, 새일본부 등 지역관계부처 전문가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의 자문과 협조를 통해 지난주까지 모성보호제도에 대한 1차 모니터링과 사업보고를 마쳤다. 폭우와 폭염 속, 정책현장과 근로자를 일일이 면접하고 현장 보고서를 작성해야했는지라 체력적으로 고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 엄마로서 필자도 겪었던 일이라 무언의 공감대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여성 스스로도 전업주부 보다는 사회생활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큰 고민거리다. 우리지역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대략적으로 표현한다면, 출산전후휴가는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 근로자라면 보편적으로 사용가능하지만, 육아휴직은 대기업이 아닌 이상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제도이다.

충북의 모성보호 제도 이행 실적을 타시도와 비교해보더라도, 2012년 기준 출산전후휴가급여 지원실적은 울산, 강원에 이어 실적이 낮으며, 육아휴직급여 역시 울산, 전남, 강원 다음으로 낮다. 남성육아휴직 비율은 광주광역시 다음으로 가장 낮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충북 전체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1천187명중 남성은 19명, 남성비율은 1.6%로 전국평균 2.79%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현장조사결과 대기업에서조차 아직까지 남성의 육아휴직은 이해받지 못할 일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정과 일의 양립은 여성만이 아닌 남성에게도 중요한 일이고 두 영역이 조화롭게 통합되어야만 개인의 행복과 일의 성과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1차 모니터링을 마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하는 일이 여성만의 몫으로 인식되는 기업문화, 지역문화에서 여성경력유지정책이 과연 어떠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 고민에 다시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엄마들은 항상 가슴에 사표를 담고 산다고 한다. 육아와 일의 양립을 고민하며 힘들어한다는 의미이다. 아이에게, 아이를 돌봐주는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에게, 육아휴직 동안 일을 분담해준 동료들에게 심지어 남편에게까지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항상 일을 그만둘 생각으로 출근하는 모습이 그녀들의 현실이다. 부디 쓸데없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쉽게 포기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선배로서 조언하건데, 10년후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편과 가족, 기업, 지역사회에 솔직하고 당당하게 도움과 지원을 요청하라. 남편과 가족, 기업, 지역사회도 이제는 꼭 여성의 직업을 받아들이고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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