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을 깨우는 학교

2014.06.25 15:38:10

김형식

행정초등학교 교감·아동문학가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누구나 부르는 이 노래는 학교종이 사라진 지금, 음악 교과서에서도 사라졌다.

가방이 없어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다니던 책보, 그 속에 들었던 덜그럭거리는 양철 필통, 비가 오면 빗물이 고여 꿀쩍거리는 고무신을 신고 걸어 다니던 십리나 되는 학교길, 그래도 6년 동안 결석 한번 안 하고 6년 개근상을 받던 친구들이 모두 모두 그리움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고향을 그리듯 초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한다.

'땡 땡 땡' 종소리가 들리면 운동장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뛰어 들어간 교실에 그림같이 앉아 계시던 선생님도 그립고, 공기놀이, 고무줄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친구들도 그립다.

어느 학교에서 학교 종을 '땡땡땡' 치며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교실로 불러들인다는 글을 보고 '우와! 좋은 생각이다.'하며 감탄했다.

도시의 대규모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30, 40명이 좀 넘는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는 학교 종을 치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전 과정을 종을 칠 수는 없으니까 몇몇 시간만 아이들과 신호를 정해 놓고 종을 친다면 기계음 알림보다는 훨씬 정감 있을 것이다. '땡땡땡 땡땡땡' 이것은 첫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땡땡 땡땡 땡땡' 이것은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땡땡땡땡때~앵 땡땡땡땡때~앵' 이 소리는 스쿨버스 타고 집에 갈 시간이란 소리. 시간이 좀 틀리면 어떤가· 교무실 창가에 서서 종을 치시는 선생님 모습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1분 1초도 안 틀리고 알려주는 디지털시계와 기계음 음악소리보다 정겨워 아이들도 귀 기울이며 좋아할 것 같다.

디지털화가 심화되다 보니까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이 등장하고 있다. 카톡, 라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스마트폰 인터넷에 치여 음성 전화가 금방 사라질 것 같았는데 요즘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느낌이 살아있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과 짧은 문자로 주고받는 것은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우리말은 같은 말이라도 억양에 따라 그 의미 차이가 큰 것을 생각하면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표정에도 말하는 사람이 뜻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담겨 있으니까 놓치지 말아야 오해나 편견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아이들도 말로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그렇게 심한 욕설이나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기계 뒤에 숨어서 이야기를 전하다 보니 점점 심한 언어폭력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무심코 인터넷 바다에 올린 자신의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무서운 생각을 못하는 아이들이다. 어려서 반듯하게 잡아 주어야 바르게 자랄 수 있다. 아이들이 기계 속에 숨지 말고 친구들과 마주보고 서서 대화할 수 있도록 학교가 아날로그 감성을 깨워주는 일을 찾아보고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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