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에

2014.07.14 13:37:11

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뜨겁다. 정말 뜨겁다. 갑자기 팔과 목덜미가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햇볕 알레르기 때문이다. 햇볕을 피해 탄금대공원으로 향했다. 산책로에 접어드니 초록의 숲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아, 시원해!" 감탄이 절로 났다. 숲속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나무줄기를 타고 아기 다람쥐 한마리가 쪼르르 내려온다. 참 귀엽고 앙증맞다. 다람쥐 하는 양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손을 내밀어 '쯔쯔쯔' 다람쥐를 불렀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다람쥐가 번개처럼 도망을 친다. 섭섭하다. 해를 입히는 것도 아닌데 무얼 그리 정색 한단 말인가.

산책길 옆에서 인부들이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옷이 흠뻑 젖어 마치 비를 맞은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이런 날에,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내다니. 고맙고 미안하다. 리기다나무 숲을 지나자, 귀화식물인 미국자리공이 지천이다. 한때는 생태계 파괴식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약재 성분을 추출해 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단다. 그러나 탄금대 공원에서 집단으로 자라는 것이 그리 탐탁치만은 않다. 산성토양을 좋아하는 미국자리공이 많다는 것은 탄금대의 토양이 이미 산성으로 변했을 거라는 염려 때문이다.

토성에 오르니 사방이 소나무 천지이다. 참 보기 좋다. 향기 또한 일품이다. 저절로 호흡이 깊어지더니 가슴 깊이 소나무 향이 그득해진다. 절벽 아래의 탄금호도 장관이다. 내리쬐는 햇볕에 강물이 천파만파 부서져 한껏 눈이 부시다. 누군가 탄금 호를 가르며 수상스키를 타고 있다. 부채 살처럼 펼쳐지는 물보라에 가슴속까지 뻥 뚫린다. 열두 대 바위에 기대어 솔바람과 강바람을 벗하니 마치 신선인 양 한가하고 여유롭다.

내려오는 길목에 대나무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대나무가 많지 않았는데 어느새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왜일까.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충주의 기온도 높아졌기 때문인가. 의문을 뒤로 하고 토성을 내려왔다. 신립장군 순절비 앞에 섰다. 시야가 확 트인다. 기분이 썩 좋다.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활터 옆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관중이요!" 외치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이런 날에도 활을 쏘는 그들의 열정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주차장에 당도하니 땀이 물처럼 흘러내린다. 족히 한바가지는 될 성 싶다. 그런데도 상쾌하고 시원하다.

탄금대는 충주의 자랑이다. 충주사람뿐 아니라 외지인들도 탄금대공원에 오면 사랑에 빠진다. 우륵선생과 신립장군, 권태응시인의 이야기가 있고 충혼탑과 팔천고혼위령탑이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어주며 적당히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아름다운 경치와 군데군데 자리한 조각 작품들, 체력을 단련 할 수 있는 운동시설까지 두루 갖춰져 있으니 어찌 반하지 않으랴!

더욱 깊어진 탄금대을 향한 내 사랑을 뒤로 하고 공원을 내려왔다. 아, 바깥세상은 여전하다. 변함없이 폭염이 내려쬐이고 아스팔트는 지글지글 끓고 있다. 뜨겁다. 정말 뜨겁다. 다시금 탄금대 숲으로 도망치고 싶은 어느 뜨거운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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