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충청도 사도여정

2014.08.12 10:51:51

내일(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 4박 5일 일정이다.

전 세계 12억 천주교 교인의 수장인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1989년 요한 바오르 2세 교황 이후 25년 만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은 종교를 넘어선 국가적 이슈다.

**충청도, 천주교 신앙 못자리

교황의 이번 방한은 '충청권 방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이 충청권 방문 위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15일 성 김대건 신부의 생가 터인 솔뫼성지에서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자들을 만난다. 16일에는 음성 꽃동네를 찾는다.

17일에는 해미 순교성지에서 아시아주교들을 접견한 뒤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사실 충남 내포는 한국 천주교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해와 삽교천 뱃길을 따라 천주교 전파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까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의 시복식(諡福式)에 오르는 123위 중 56명의 순교자가 충청 출신인데 이들 대부분이 내포지역 천주교도이다.

초상화를 통해 천주교 청주교구가 시복을 청원한 13위의 얼굴도 엿볼 수 있다.

시복식은 성덕이 높은 사람에 대해 심사를 거쳐 복자(福者)로 추대하는 의식이다. 시복식에 이어 시성식을 거치면 성자(聖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를 볼 때 충청권이 우리나라 천주교 신앙의 못자리 역할을 한 셈이다.

교황 방문을 계기로 충청권 성지(聖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충북도는 이때를 같이 해 천주교 순례길 조성 방침을 밝혔다. 관계기관 등과 협의를 통해 '중부권 성지순례 여행' 콘텐츠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우선 교황이 방문하는 꽃동네 인근인 진천 백곡면 양백리 일대에는 천주교 박해·순교지인 배티 성지가 있다. 김대건 신부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가 활동하면서 이 일대에 15곳의 비밀 신앙공동체인 '교우촌'이 형성됐기 때문에 이야기 거리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충남도의 경우 기존의 순례길을 재정비해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진 솔뫼성지와 서산 해미성지, 해미읍성 등 충남지역에 성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연계한 순례길 조성을 통해 천주교의 메카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교황의 발걸음이 머문 곳은 순례길로서 충분한 가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양 광역단체가 순례길을 조성한다는 것은 한국의 천주교 역사에서 볼 때도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양 광역단체가 상호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과 충북이 상호 연관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각기 순례길 조성에 나섰다.

충남과 충북은 순례의 길은 한 뿌리다.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성지를 갖추고 있다. 충청권 성지 순례길 조성사업의 연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충남도와 충북도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순례길 조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만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순례길을 상호 연계시켜 세계인의 발길을 사로잡는 관광상품을 탄생시켰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사랑과 희망을 함께 나누자

관광업계는 교황의 행보를 따라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을 준비하며 '교황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문하는 목적과 본질에 충실해야 할 교황 맞이에 축제처럼 들떠 있는 관광업계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다. 수십만의 인파가 몰리는 행사들이 즐비한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 발휘도 요구된다. 이는 한국은 물론 충청권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교황의 방문은 종교를 떠나 의미 있는 일이다.

'가난한 자의 벗'으로 칭송되며 청빈하고 겸손한 생활로 세계인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그가 한국 국민들에게 첫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도적 여정이 한국의 교회와 사회를 위하여 좋은 결실을 맺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 바란다. 사랑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방한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교황의 방한을 기점으로 온 누리에 사랑과 희망이 넘쳐 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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