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믿을 정치인이…

2014.08.26 11:28:58

세상에 나온 모든 정치사상을 모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안거낙업(安居樂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의 기본과제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고 즐겁게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백성을 먹여 살려야 지도자이고 임금님이다.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일터에서 국민들이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치의 기본 소임이다.

시치미 떼는 음험한 정치 판친다

한데 작금의 대한민국의 정치는 어떠한가. 중앙정치나 지방정치에 감동이 없다.

양보와 타협의 책임정치는 사라졌다. 국민을 위한 정치력은 실종된 채 그들만의 권력에만 눈이 멀어 있다.

만사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없으면서도 그렇지 않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는 음험한 정치인. 행함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면서도 겉으로는 일시적인 미봉책을 잘도 써서 공정을 가장하는 정치인. 거짓된 말만 늘어놓으면서도 말재주를 부려 사실인 것처럼 들리게 하는 정치인. 갖은 나쁜 짓을 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러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 판단을 호도하는 정치인.

공자가 말한 용서할 수 없는 결점을 지닌 정치인이 판치는 그런 정국이다.

국회와 지방의회 곳곳에서 정치의 기본인 양보와 타협이 사라지며 부작용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치권의 잇단 법안 처리 헛발질과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욕심으로 민생이 멍들어 가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 정치권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로, 지역 정가는 파행 장기화 등으로 '정치적 공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책임·민생정치가 실종되면서 정치권 스스로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개월째 '식물 국회'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한 양보안을 마련했지만 당내 강경파의 반대와 일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한 발짝 진전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임시회 기간 동안 민생 관련 법안을 포함해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촌극을 빚어냈다.

한 술 더 떠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불법 자금 수수 및 입법 로비 등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철도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인 AVT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제천 지역구의 새누리당 송광호(72) 의원도 국회 체포동의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역 정가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지방의회에서 나타난 구태 반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명분 없는 여야 의원 간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충북도의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제10대 충북도의회 원 구성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 수개월이 지나도록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원활한 의회 운영에 차질을 빚는데 따른 것이다.

원 구성 과정에서 등을 돌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도의원 간 갈등이 지속되자 집행부가 중재에 나서는 등 한심스런 행태를 보여 씁쓸하다.

중앙·지방정치인 스스로 자성해야

청주시의장과 충주시의장도 시민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지도층 인사로서 부적절한 처신과 발언이 문제됐다.

김병국 청주시의장(새누리당)은 의원들에게 순금배지를 선물했다는 의혹이 일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그런가하면 윤범로 충주시의장(무소속)은 여성 공무원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깊은 상처를 남겼다. 충북의 시민사회여성단체와 공무원노조까지 윤 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윤 의장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착잡하다. 정치인의 기본 소임을 망각한 처신이 그렇다. 각자의 해명과 이유를 떠나 여론의 도마에 오른 처신 자체만으로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맞다.

"세상에 믿을 정치인이 어디 있어" 이 같은 내용의 독백이 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신뢰가 깨지고 마침내는 분노를 느끼게 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정치인 모두가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정치권 스스로 자성하며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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