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지자체, 감동이 없다

2014.09.23 13:07:31

"1년 이내에 기틀을 잡고 3년 내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크게 반성하라."

4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정치적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주는 공자(孔子)의 엄청난 경고 말이다.

주민들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출범과 동시에 기틀을 잡으라고 요구한다. 이를 게을리 하면 준비가 되지 않은 리더라고 혹평한다. 3년이면 성과를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되레 단체장이 갈등의 중심축

민선6기 출범이후 아직까지 주민을 감동케 하는 자치단체장이 없는 듯하다. 되레 갈등과 혼란을 심화시키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정책 수립 또한 더디고 새로울 것이 없다. 그래서 걱정이 앞선다.

새로운 시장을 맞아 출범한 민선6기 제천시. 이근규 시장을 중심으로 한 법적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이 시장은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전임 시장을 고소해 맞고소를 당한데 이어 언론과 지역주민과도 고소·진정 등의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 시장은 이들 고소 사건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처"라는 취지의 배경 설명을 했다.

문제는 이 시장의 이 같은 고소장 남발을 이해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소당한 측은 이 시장을 상대로 맞고소 했거나 예정이라고 한다.

지역 생활체육 회원들도 이 시장과 관련한 법적 다툼에 가세했다.

제천 한방스포츠클럽 회원들은 최근 올림픽스포츠센터 수탁자 선정 과정에서 이 시장이 특혜를 제공한 의혹이 있다며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진위를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정상혁 보은군수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정 군수는 출판기념회 초청장 발송 과정에서 보은군이 업무상 관리하는 다수의 군민 정보를 사용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입건된 상태다. 연루된 보은군 간부공무원들도 좌불안석이다. 지도층들의 생산적이지 못한 처신으로 지역사회가 술렁인다.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을 위한 행정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법적 다툼에 전력을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민선 6기 충북도정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출범과 동시에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타 광역단체와 달리 충북도는 공약을 확정짓지 못했다.

그동안 공약관련 자문단 회의가 10여 차례 진행됐다. 한데 가시적인 윤곽은커녕 '충북지사 공약실천 관리조례'에 명시된 공약사업 확정 기한(취임 후 2개월 이내)을 넘기고 말았다.

당초 15일 도의회 334회 정례회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행정조직 개편 관련 조례안은 11월로 미뤄졌다.

여기에 이시종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치르면서 상대 후보 측과 선관위로부터 모두 9건의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다. 소신 행보보다는 숨고르기 모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대야소 체제로 전환된 충북도의회는 파행 국면 그 자체다.

여야 도의원들은 줄곤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영충호 시대의 원년이라고 자평하는 충북도가 활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이유다.

민심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다른 지자체들도 주민들을 감동케 하는 톡톡 튀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초선 단체장들의 공약 추진 의지와 성실함은 묻어나지만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상에 나온 모든 정치사상을 모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안거낙업(安居樂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의 기본과제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고 즐겁게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발전의 열쇠는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지역, 즉 문화적이고 환경을 고려한 지역을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와 환경, 복지의 차원에서 노력할 때 비로소 가능해 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기회란 구태의연한 발상에 입각하는 한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눈과 새로운 감각으로 현실을 직시한다면 아직 지자체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은 무수히 많다.

새로운 영역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주민을 위한 길이다.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단체장, 서로 타협 할 줄 아는 단체장, 경제발전과 지역 잠재력을 발전시켜 경쟁하는 새로운 시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단체장을 주민들은 원하고 있다.

민선6기 단체장들 모두가 민심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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