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영입의 함정

2014.11.04 17:23:04

'충청권 대망론'이 꿈틀대고 있다.

충청도에서 대권 잠룡(潛龍)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잠룡은 새누리당에도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에도 있다. 충북에도 있고 충남에도 있으며 대전에도 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 하지만 또한 대통령은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여야 정치권, 낯 뜨거운 행태

지난 6·4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시·도지사를 석권해 버렸다. 특히 새누리당에다 기존의 텃밭 정당인 선진당이 합당을 했으니 충청도는 정치적 구도가 호기였다. 그런데 지난 7·30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여당에 눈을 맞췄다.

앞서 1995년 JP의 자민련이 충청도 '핫바지 바람'을 타고 지방선거, 총선거 모두 석권했다. 막대기만 꽂아도 자민련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고 할 정도로 핫바지로 상처 입은 충청인의 자존심이 용틀임을 한 것이다.

충청도 사람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무섭게 폭발한다. 일제 식민지하에서 충청도에 의병이 제일 많이 일어나고 애국열사가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영·충·호남 시대를 맞아 충청도 자존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동안 한국 정치 세력의 '변수' 역할만 하던 충청도가 이제는 '상수'역할을 해야겠다는 의지다. 인구면에서도 호남을 앞지르는 만큼 정치의 무대에서 주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제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때를 같이 해 차기 대권 잠룡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일 "우리가 영입해서 (당내) 다른 후보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선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서 영입대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두고 한 말이다. 권 고문은 현역을 떠난 지 오래됐지만 야권에서 아직 영향력이 적다 말할 수 없는 사람이다.

앞서 지난달 말 새누리당 내 친박계 사람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아예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주제로 토론회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내 인사로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면 반 총장을 대안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한다.

반 총장은 얼마 전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여야가 입도선매(立稻先賣)라도 하듯이 반 총장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충북 음성 출생인 반 총장은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다음 대선 후보로 거론될 만한 경력을 쌓아 왔다. 국제관계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온 만큼 여야가 탐낼 만도 하다고 할 수 있다. 대선 1년 전인 2016년 말 10년 임기를 마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반 총장 본인은 지난달 "몸을 정치 반(半), 외교 반(半)에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고 말했다 한다.

차기 권력 궁리할 때가 아니다

한데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입질이라도 하는듯한 낯 뜨거운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불과 1년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다음 대선까지는 3년 이상의 긴 시간이 남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점점 척박해지고 있다. 경제는 장기 저성장 기로에 서 있다.

이런 국면에서 아무리 다음 대선 후보 얘기를 해봐야 의미도 없다. 이걸 모르는 것은 정치권의 수준만 드러내는 것이다.

유엔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반 총장 개인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정치논리에 휘둘릴 경우 상처만 남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충청인 아니 온 국민들이 존경하는 반 총장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치권 당리당략에 따른 출구전략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

국민은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 달라는데, 벌써 이리저리 모여 다음 권력을 잡을 궁리나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정치권이 한심스럽다.

대통령은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른 술수가 아닌 민심이 만들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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