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조합장 동시선거가 걱정되는 이유

2014.12.02 15:49:20

지난달에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 눈길을 끈다.

농업인단체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회원들에게 과일 한 상자씩을 선물로 준 경우라도 당선무효 사유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

곳곳서 과열·잡음 위험수위

발단은 이렇다.

A씨는 지난 2012년 12월24일 한 농민단체 회장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자보다 77표를 더 받아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에 B씨는 A씨가 선거운동 기간 중 연합회 대의원 146명에게 귤 또는 사과 한 상자씩을 보냈다는 이유로 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지만 부결되자 소를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과일을 보낸 점은 인정되지만 이것이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판단을 방해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에만 당선을 무효로 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선물을 보낸 대상에는 연합회 선관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포함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행위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 한다"며 "선거의 기본 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한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결국 법원은 회장 당선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의원에게 귤 또는 사과 한 상자씩을 건넨 행위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시는 내년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후보들에게 경각심을 불어 넣기에 충분하다.

내년 3월11일 전국 1천200여개의 농·축협들이 동시에 조합장 선거를 실시한다. 각 조합별로 실시된 조합장 선거가 2011년 농협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번 선거부터 동시에 치러지게 됐다.

충북에선 농협·산림조합 조합장 72명을 선출한다. 63개 농협, 9개 산림조합의 대표를 뽑는다.

내년 전국동시선거는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손실되는 예산을 줄이고자 시행한다. 선거가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이례적으로 지역의 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 못지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 은행권과 달리 농어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조합장을 선출한다. 그에 맞게 고액의 연봉과 업무차량, 업무추진비용 등 지방단체장 못 지 않는 대우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이 많다. 대출건 개입 등에 따른 제보가 심심치 않게 접수된다. 일부 조합의 경우 내부에서 파열음까지 발생하고 있다. 무리하게 조합원을 늘린다는 잡음도 들려온다. 동시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형적인 흑색선전과 비방전 선거 행태가 달아오를 조짐이다. 정치색 개입도 걱정이다.

내년 조합장 선거에 이어 오는 2016년 4월에는 총선,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 2018년 6월 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치러진다.

당연히 총선과 지방선거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정·관가 인사들이 내년 조합장 선거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각 지역별로 포진된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장 선거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지역별 '포스트'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제각각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서도 여야 국회의원과 당협·지역위원장 등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공명선거 실천 고삐 당겨야

결국 전국 단위 선거가 연례화 되면서 후보 간 또는 진영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조합장 선거의 경우 당적과 무관하지만 친여 또는 친야 성향에 따라 정·관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출자해 만든 농협의 수장인 조합장은 감투나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 아니다. 농민을 대변하는 대변자로서 조합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다. 이 점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후보자들이 명심하길 바란다.

선거관리위원회와 농협중앙회는 내년 동시선거가 공명선거가 될 수 있도록 지도단속에 고삐를 바짝 잡아당겨야 한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현실에 닥친 일을 풀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지금부터 꼼꼼히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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