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미디어 선거 “쓸모 없다”

언론재단 ‘17대 대선 보도·한계 분석’

2008.06.09 20:42:09

미디어선거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요구되는 선거를 실현시키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즉, 미디어선거의 강화만으로는 한국 선거 과정에서 지적되는 결함들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한 연구서 ‘미디어선거와 그 한계-17대 대선 보도 분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는 17대 대선에 대한 신문과 텔레비전, 인터넷의 보도와 여론조사 보도를 분석한 것으로 미디어가 선거가 갖는 기능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조사됐으나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신문의 선거보도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 6개 전국일간지의 투표일 전 한달 간 대선 보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 신문의 대선 보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힘들다.

전체 분석 기사의 27% 정도가 BBK 등 후보 비리를 중심주제로 다룬 반면, 정책을 중심적으로 다룬 기사는 11%에 불과했다.

정책 기사 중에서는 42%가 경제 문제를 중심주제로 다뤘다. 경제가 차지한 비율은 동아일보 51%, 중앙일보 44%, 서울신문 43%, 경향신문 40%, 조선일보 38% 순이었다. 정책주제 부분에서 적어도 동아일보나 중앙일보 등은 한겨레보다는 ‘경제 대통령’을 주창한 이명박 후보에게 더 유리한 보도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에 더 큰 과심을 가졌으며, 정책기사 중 경제 관련 주제를 상대적으로 많이 다룬 신문사는 그러한 유권자의 관심에 상응하는 뉴스 가치를 선택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17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개표장에서 사회봉사자들이 개표하는 모습.

ⓒ충북일보DB
△텔레비전의 선거 보도
텔레비전 뉴스도 신문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텔레비전 메인 뉴스의 대선 보도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른 양적 편향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권자에게 도움을 주는 정보도 많지 않았다. 후보 비리 관련 기사의 비중이 신문(27.4%)보다 더 높은 45.4%를 차지했다.

유권자의 관심이 높았던 경제 정책을 많이 다룬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 기사 자체의 비중이 너무 낮았다. 새로운 의제와 정책적 대안이 검토되는 장을 전통 뉴스미디어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관련 지면과 시간이 대부분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혹은 그의 유력한 경쟁자에게 할애되고 이른바 ‘군소’후보들의 주장과 정책적 대안은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결국 선거가 가진 사회 통합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의 선거 보도

인터넷이 가진 장점을 살린 다양한 형태의 뉴스가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에서 제공했지만 전체 뉴스는 전통 뉴스미디어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차이는 포털과 언론사닷컴의 대선 보도에서 전통 뉴스미디어인 신문과 방송에 비해 여론조사 보도가 훨씬 더 많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뉴스가 이용되는 일부 포털은 새로운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보다는 공정성 시비를 의식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포털 운영 주체들은 뉴스미디어로서 적극적인 사명감이 없다는 구조적 부조리가 있다.

이는 선거 보도의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전체적인 소통 구조의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여론조사 보도

여론조사가 후보 경선의 한 요소로 등장하면서 그에 대한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미디어간 협력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변화였다.

하지만 응답률, 조사기간, 표본 수 등 방법론적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하위표본의 신뢰도에 대한 예민성은 아직 부족했다. 패널 조사를 도입한 일부 언론사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번 대선에서도 1천명 정도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가 주를 이뤘다.

그 대부분이 지지율 변화에 치중했다. 여론사를 통해 유권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공론화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선거를 통해 정치적 현안이나 잠재적 혹은 현시적 사회적 갈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찾지 못한 결과는 선거가 끝난 후 정치의 비능률과 혼란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국 정치문화의 개선과 시민 참여 문화의 개선, 저널리즘 조직과 행위의 개선과 같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제도적 변화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 최영덕 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