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인간의 자화상

2015.01.13 14:28:04

모든 생명은 '사이'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다양한 생물종은 큰 얼개로 관계하고 있다. 이 사이로 짜인 각 존재들은 서로를 말미암아 존재한다.

인류는 자연의 일부로 다른 종들 사이에서 진화한 하나의 종이다. 인간이 다른 생물 세계와 분리된 채로도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이 인류의 역사에 등장한 것은 극히 최근 일이다. 생물다양성의 모든 구성원들을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자산으로 판단해야 한다. 어떤 종이나 품종들도 멸종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법인스님의 생명사상이자 생명윤리다.

밀렵은 생명 파괴 행위다

한데 생명의 평화가 훼손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자행된다. 불법 밀렵행위다.

사냥 과정에서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밀렵한다는 인간들도 있다. 혹은 돈벌이를 위해서 살상한다. 이들은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목을 훤히 꿰뚫고 있어 허탕 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흔한 야생동물은 물론이고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까지 무차별적으로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밀렵 도구도 올무 덫 독극물 총기 사냥개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동물의 발목에 올무를 채울 수 있는 스프링 올무까지 등장할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급기야, 독성 약물까지 사용한다. 암모니아 용액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충북 보은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명 보양식으로 알려진 토종개구리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란다. 물의 흐름이 있는 계곡 상류에 암모니아 용액을 살포하고 하류에서 기다렸다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겨울잠을 자고 있는 생명체를 잡는 방식이다.

암모니아 용액은 독성이 있는 액체다. 물고기나 개구리의 피부에 닿을 경우 피부숨구멍을 막고 자극을 줘 질식사 시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간의 이기심이 부른 전형적인 생명 파괴 행위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한 달간 밀렵 합동단속을 벌여 30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이들의 불법 밀렵행위로 고라니와 꿩, 흰뺨검둥오리, 개구리 등 158마리가 희생됐다. 1년 전 10건과 비교해 대폭 늘어났고 희생된 야생동물도 크게 증가했다.

그렇지만 단속에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단속반들과 일선 주민들이 설명이다. 지자체와 환경당국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밀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온적인 처벌 관행이다. 현행 관련법은 밀렵 행위뿐 아니라 보관·판매·알선, 밀렵 동물을 먹는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불구속 입건에 소액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밀렵의 대부분이 인적이 드문 야간이나 새벽에 은밀히 이뤄지고 밀렵방법도 전문화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불법으로 밀렵한 야생동물들의 거래도 은밀하게 이뤄진다. 미리 정보를 파악해 현장을 덮치기 전에는 적발하기가 어렵다.

모두가 '환경윤리' 자각해야

다행스러운 것은 오는 3월부터 강화된 야생동물 보호법이 발효된다는 점이다. 처벌규정이 종전보다 2배 이상 높아진다.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상습·전문범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부과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그나마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그릇된 보신 풍조가 사라져야 한다. 밀렵으로 잡은 동물을 살 사람이 없으면 잡는 사람도 없어지는 것이 이치다.

야생동물의 삶터인 겨울 산과 계곡이 오히려 그들의 삶을 위협하는 끔찍한 밀렵장으로 변하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생물종의 공존을 위한 앎과 함이 요구되는 계절이다.

동물이 멸종되면 인간도 사라진다. '환경윤리'다. 모두가 이를 자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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