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건설업계의 외침

2015.05.12 11:24:42

건설이 살아야 지역 경기가 산다. 예나 지금이나 맞는 말이다.

여타 업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설업의 파급력은 크다. 주변 업종과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어 건설업을 종합산업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유발계수에서도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압도한다. 그래서 건설업 활성화는 업체의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외지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지역경기를 선도하기까지는 자치단체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지역 현실 외면한 조례 폐지권고

충북도와 도내 시군들도 이미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해부터 지역 내 모든 발주공사에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 지원과 수주율 제고, 하도급 참여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통합시 출범에 따른 조치다.

지역건설 산업 활성화 지원조례도 제정했다.

공공기관 등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를 추진할 경우에도 입찰공고부터 계약체결 후까지 지역 업체의 공동도급을 이행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자구책에서다. 한데 지난 1월 말, 행정자치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는 각 지자체가 지역기업보호를 위해 시행중인 조례를 오는 6월까지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광역자치단체의 지역 건설공사 하도급공사에 대한 지역업체 의무하도급 비율은 3년 재검토일몰제가 권고되면서 사실상 인정됐다. 이는 수도권업체의 지역 건설사업 하도급공사 잠식 우려를 해소해 지역중소업체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받아 들여 진다.

공정위가 당초보다 한발 물러선 듯하다.

지역 건설업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개선권고가 '지역건설사 죽이기'와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을 위한 지역업체 참여 권장 지자체 조례 폐지 반대 건의서를 전달했다.

사실 공정위가 개선을 권고하고 나선 조례는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각 공사에 대해 공구 분할과 분할 발주가 가능하도록 해 지역 업체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시공품질에 문제가 없을 경우 공동도급은 49% 이상, 하도급은 50% 이상으로 규정해 지역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조항도 있다. 지역 업체에게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다.

한데 규제개혁이란 미명하에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공동도급 참여와 하도급을 권장하는 조례마저 폐지하라는 것은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 지시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지역 건설업계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법적강제성은 없지만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개선권고가 현실화될 경우 지방의 생존기반을 원천적으로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업체의 폐업은 증가하고 등록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역건설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 회원사 359개 업체 가운데 기성액 100억원 이상인 업체는 49개 업체에 불과했다.

2013년도 실적신고에서는 52개 업체가 100억원 이상의 기성액을 신고했다.

13개 업체는 기성액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계약액이 없는 업체도 12개 업체나 됐다.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도입에 따라 재정 수준이 열악한 지역건설업체의 낙찰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 지역은 이미 외지 건설업체들이 대형 건설공사 수주를 독식하는 시스템 하에서 놓여진지 오래다.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 찾아야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개선권고는 규제개혁과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 살리기를 외치면서 한편으론 규제개혁이라는 핑계로 지역건설업체를 고사시키려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공정위의 지역건설산업 활성화조례 폐지 권고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 지자체의 수용 의무도 없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업체 간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법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 지자체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해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수주산업(受注産業)이다. 발주자나 건설주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 활동에 착수한다. 발주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역 중소건설업체 보호하기 위한 지방조례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지역 건설업계의 외침을 제대로 수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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