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1년 감동 있었나

2015.06.30 14:17:07

[충북일보] 민선6기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됐다.

"1년 이내에 기틀을 잡고 3년 내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크게 반성하라."

4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정치적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주는 공자(孔子)의 경고 말이다.

과연 민선6기 출범 1년을 맞는 시점에서 이 말을 소화해 낸 단체장은 몇 명이나 될까.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주민들을 감동케 한 단체장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되레 갈등과 혼란을 심화시키는 장본인이 됐다. 정책 수립 또한 더디고 새로울 것이 없다. 그래서 안타깝고 앞으로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 단체장 잇단 법정행 '혼돈의 시간'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1년 만에 적지 않은 도내 자치단체장이 낙마 위기에 놓였다.

이미 구속 수감된 단체장이 있다.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결정만 초조하게 기다리는 단체장도 있다. 지금쯤 안정을 찾아야 할 해당 지역 분위기가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중도 낙마 위기에 놓인 단체장은 무소속 3선 신화를 쓴 임각수 괴산군수다.

청주지검은 지난 5일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 등)로 임 군수를 전격 구속했다.

향후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게 되면 형이 확정될 때까지 군수 권한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이 사건 말고도 괴산군 예산으로 부인 밭에 석축을 쌓은 혐의(농지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영훈 진천군수도 당선 무효 위기에 놓였다. 대전고법 제7형사부는 지난 5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로 불구속 기소된 유 군수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되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군수직을 잃게 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정상혁 보은군수는 직위 유지를 위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정 군수의 두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개인정보보호법)를 모두 유죄로 보고 각각의 혐의에 벌금 2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 직후부터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법정을 오가며 수난을 겪었던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사실상 사법처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호별방문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이근규 제천시장도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충북 지방의회 수장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리더십과 관련해 같은 당 의원의 쓴 소리를 듣는가 하면 조례 날치기 처리라는 비판을 받아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당한 뒤 끝내 고개를 숙인 의장도 있다.

취임 1년밖에 안됐지만 리더십과 권위가 실추되면서 남은 1년간의 전반기 의회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선거 공보물 등에 허위 학력을 적은 혐의로 기소된 지영섭 증평군의회 의장은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다.

- 남은 3년 공익위해 고군분투해야

세상에 나온 모든 정치사상을 모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안거낙업(安居樂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정치의 기본과제는 주민들이 편안하게 살고 즐겁게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데 상당수 단체장들은 지난 1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을 위한 행정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의 법적 다툼에 전력을 허비했다. 민초들이 1년을 맞은 민선6기에게 혹평을 내리고 있는 이유다.

민선6기가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나 싶지만 현실은 시간이 넉넉지 않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때를 놓치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기 마련이다.

새로운 기회란 구태의연한 발상에 입각하는 한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눈과 새로운 감각으로 현실을 직시한다면 아직 지자체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은 무수히 많다.

새로운 영역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주민을 위한 길이다.

지금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단체장, 서로 타협 할 줄 아는 단체장, 경제발전과 지역 잠재력을 발전시켜 경쟁하는 새로운 시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단체장을 주민들은 원한다.

민선6기 단체장들 모두가 민심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 줬으면 한다.

남은 3년 동안 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것만이 민심을 얻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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