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이시종과 '野神' 김성근

2015.09.01 14:07:21

[충북일보] 모처럼 청주야구장이 들썩인다. 1일부터 2일까지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기아타이거즈의 2연전 경기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민들의 야구 열기가 대단하다. 입장권이 이틀 연속 매진됐다.

<분야는 다르지만 리더십은 닮은 꼴>

1일 저녁에는 한화와 기아 13차전 시구자로 이시종 지사가 나섰다. 이를 지켜 본 필자는 이 지사와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봤다. '다른 듯 닮은 꼴'이 있는 두 리더들이다.

이 지사는 김성근 감독보다 다섯 살이 적다. 두 사람은 특별한 인연도 없다.

한데 투박한 외모와 역경을 극복한 성장 과정, 승부사적인 기질 등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다.

김 감독은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 고 집안 살림을 책임지며 역경을 이겨내야 했다. 이 지사도 그랬다.

김 감독은 철도 일용직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뜬 뒤 어린 나이에 막노동을 하며 집안을 돌봤다. 이 지사 또한 참외장수, 금광 막장일 등을 하며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일찍이 야구와 공부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는 사실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김 감독은 중학교 시절부터 돌멩이를 던지고 나무로 방망이를 만들어 연습한 결과 야구 선수로 성공했다. 이 지사 또한 학비를 벌기 위해 고등학교를 4년 만에 마쳐야 했을 정도로 역경을 이겨내며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하고 전국 수석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야구인과 행정가이자 정치인인 두 사람의 가장 큰 닮은꼴은 승부사적 기질이다.

김 감독은 한평생 야구만 생각하고 꿈꾸며 살아왔다. 그는 약한 팀을 강하게 만드는 데 정평이 난 리더다. 1990년대 그는 하위팀 태평양, 쌍방울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홀로 이끌던 그는 4년 만에 KBO 리그에 복귀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 도전기를 다시 쓰고 있다.

3년 연속 꼴찌에 머문 한화 이글스가 김 감독을 맞으며 확 달라졌다. 예전의 무기력한 모습이 아닌 근성 있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끈질기게 승부하는 팀으로 변신했다. 느림보 구단이 발 빠른 야구로 체질을 바꿨다. 한화 야구는 끝내기, 역전승, 1점 차 승부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지더라도 사력을 다해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한 번 지면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고 만다는 자세다. 그래서 중독성 강한 '마약 야구'란 얘기를 듣는다.

이 지사는 한평생 목민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와 철학을 지향했다. 민선 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재선에 이어 충북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7전 7승의 선거무패를 기록했다.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모두 재선 이상의 기록을 완성한 현역 최고의 이력을 갖춘 정치인이자, 중앙과 지방행정을 아우른 행정의 달인이다.

그는 정치인이자 행정가로서 쌓아온 경력과 경험을 살려 중부내륙고속도로, 동서고속도로, 중부내륙철도, 충청고속화도로 등 충북 발전의 기틀이 되는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창의력, 상대방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열정과 끈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돌파하는 위기 대응 능력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한번 믿음을 주면 끝까지 믿고 맡기는 용병술과 때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발휘하는 승부근성도 그렇다. 평소 꼼꼼하게 메모하고 이를 토대로 데이터화 하는 습관이 몸에 배인 것도 비슷하다.

철두철미한 성격의 김 감독은 '계산된 야구'를 선호한다.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상대팀 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구장, 날씨, 선수 컨디션 등 많은 변수를 감안해 작전의 밑그림을 그린다. 역설적으로 그는 정해진 법칙을 거부한다. '상식 파괴'는 그의 전매특허다. 누구도 생각 못한 자신만의 '마이웨이'식 용병술을 구사한다. 특히 상대의 허를 찌르는 투수 기용과 라인업을 들고 나온다. 한 템포 빠른 결정에 상대팀은 혼란에 빠지기 일쑤다.

<미리 준비하는 리더자세 견지해야>

이 지사가 이끌고 있는 도정에서도 김 감독의 리더십과 맥락을 같이 하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두 지도자의 리더십에서 열정과 순발력, 책임감의 중요성을 본다.

적당주의와 패배의식을 배격하는 자세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이 리더십 부재의 시대에 귀감이 되고 있는 이유다.

훌륭한 리더는 위기를 맞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다. 준비 없는 이에게 기적은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리더들이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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