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탄스러운 정치권의 약속불감증

2015.12.08 17:52:41

[충북일보] 정치권 돌아가는 꼴을 보니 탄식이 절로난다. 개탄하기도 민망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논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의지있나

여야는 당초 내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을 지난달 20일까지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데 그 시한을 어겼다. 이후 여야 지도부는 협상을 위해 몇 차례 회동했다. 지난 6일에도 그랬다. 이들은 이날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채 헤어졌다. 30분 만에 회동을 끝냈다.

여야는 앞서 선거구 획정 협상 시한을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늘(9일)까지 정해놓고 있다. 현재로선 협상을 통한 시한 내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 고유 기능 중 하나가 서로 다른 이해와 견해를 절충하고 조정해 접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런데 국회 스스로 현안 해결의 시한을 정하고도 번번이 어기고 있다. 정치 조정력과 협상력의 부재 탓이다. 비판받아 마땅한 처사다.

선거구획정 작업이 늦어지면서 혼란스런 분위기다. 선거 준비를 위한 실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우려스럽다.

당장 오는 15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연말까지 선거구획정이 완료되지 못하면 예비 입후보자의 등록이 무효 처리가 된다. 내년 총선 관리 업무에도 큰 혼선이 빚어질 것이 자명하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려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때문에 선거구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달 31일이 지나면 선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 사태가 벌어 질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별 인구격차(3대 1)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며 2대1이내로 조정할 것을 권고하면서 올 연말을 법 개정 시한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내달 월31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지 않으면 당연히 예비후보자의 신분은 사라진다. 법으로 보장된 선거활동도 할 수 없게 된다.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 폐지, 홍보활동 금지, 기탁금 반환, 후원회 해산 및 회계보고 등의 절차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모든 업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로서는 연초부터 엄청난 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본선 준비 또한 하나부터 열까지 산너머 산이다.

우선 선거구가 다시 획정되면 개별 선거구에 속하는 인구수와 읍·면·동의 수가 바뀌기 때문에 선거비용 제한액부터 재산정해야 한다.

선관위는 지난 3일 현행 선거구를 기준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1인당 평균 1억7천800만원의 선거비용 제한액을 산출해 발표했다. 이는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임시에 불과하다.

투표소 설치 등을 위한 투표구역 획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선관위는 통상 선거일 6개월 전 투표구역 정리를 완료했다. 20대 총선 준비는 사정이 다르다. 선거구획정 지연으로 이 또한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만큼 향후 투표소 시설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청주시 4개의 선거구가 3개로 축소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보은·옥천·영동(남부3군)의 독립 선거구 유지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최악의 수를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 신인과 원외 인사들이 바짝 애를 태우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는 현역 의원들과는 달리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손발이 묶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할 또는 통합이 거론되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인사들은 선거사무소 조차 정확히 어디에 내야 할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똑똑히 보고 심판해야

사정은 이런데도 정치권의 선거구 획정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여야는 법적 시한을 넘기고, 약속 위반도 다반사로 어겨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혀 협상의 진척이 없다.

선거구 획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물 건너갔다. 이제 후보 등록 일을 코앞에 두고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을 기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권의 약속불감증을 개탄하기도 민망하다.

유권자들이 눈을 떠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누가 무슨 짓을 하는지 똑똑히 보고 표로 심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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