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 농부도 손들게 한 농촌현실

2016.02.23 16:04:17

[충북일보] 절기상 봄이다. 얼마 전엔 긴 가뭄 끝에 봄비가 왔다.

아직 해갈되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영농철이다. 한데 농부들의 마음은 허망하기만 하다.

아무리 궁리해도 올 봄엔 무엇을 심을지 모르겠다. 농심이 그렇다.

악순환 반복 농심 통곡하다

10년 전에만 해도 농업인구가 570만 명이었다. 한데 지금은 그 절반이다. 수입농산물이 농촌을 초토화해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났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귀농· 귀촌자가 늘고 있다며 치적 쌓기에만 급급하다.

농촌은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식탁은 온통 수입 농산물이다. 무엇을 심어도 이길 장사가 없다. 나물이고 뭐고 주산지에서도 중국산이 판친다. 배추를 절여서 들여오는가 했더니 이제는 아예 김치를 담아서 가져온다. 외국산 육류 수입도 점증적으로 늘고 있다.

과수재배농가들도 더 견디기가 어려운 모양새다.

한·칠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수입 과일이 밀려오면서다. 밀물처럼 몰려오는 미국산 오렌지가 감귤나무를 뿌리째 뽑아 낸지 오래다. 오렌지 값이 싸니 다른 과일 값도 뚝 떨어졌다. 칠레산 포도가 겨울 과일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 기류는 포도재배를 통해 연간 1억원 소득을 올렸던 억척 농부도 손들게 했다.

영동군 황간면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20년간 생업이던 포도농사를 올해 접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1만4천㎡의 시설포도농사를 짓는 그는 인근서 제법 이름난 포도 농사꾼이란다. 주변에서 억척스럽다는 말을 들으면서 꾀부리지 않고 일해 한해 1억원이 넘는 목돈을 손에 쥐곤 했던 그다.

한·칠레, 한·미 FTA 체결 이후 수입 포도가 밀려오면서 그의 사정이 달라졌다.

포도 시세는 곤두박질하고, 인건비와 자재비는 연거푸 올라 수지 맞추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폐업이었다. 이는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수입포도 공세로 인해 국내 최대 포도 산지 중 한 곳인 충북 영동의 포도산업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FTA 폐업 지원을 신청한 영동군 관내 포도밭은 353.5㏊에 이른다.

이 지역 전체 포도밭(1천801㏊)의 20%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자유무역협정(FTA) 폐업지원금 신청이 늘어나는 이유다.

FTA 체결 여파에 따른 현상만이 아니다.

농촌인구 고령화와 이로 인한 인력난도 잔품이 많이 드는 포도농사를 외면하게 만드는 이유로 분석된다.

강화된 중장기대책 제시해야

농가가 경쟁력과 전망이 없는 작물(품목)을 포기하고 폐업하거나 새로운 품목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심을 품목이 없고, 심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대체 품목 쏠림현상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폐업신청 농가에 폐업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면 안 된다. FTA 피해지원 대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소득 감소를 보충할 실질적 방안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다양한 대체품목 개발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폐원농원의 경영주를 대체할 신규 농가의 수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 노동력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적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

농민들도 대체 품목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폐업지원금을 받고 곧바로 신규 과원을 조성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는 없어야 한다.

소비자들도 우리 농축산물의 우수한 품질과 안전성, 전통의 맛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할 때다.

농촌은 우리네 마음의 고향이다. 다시 한 번 붕괴위기에 놓인 농촌경제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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