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의붓딸 암매장 사건은 그 전말이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5년 전인 지난 2011년께 사건이 발생한 데다 핵심 인물인 승아양의 친모 한씨가 숨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경위 파악을 위해 3차례에 걸친 안씨의 진술 조사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이들의 휴대전화 3대와 신용카드 사용내역, 사건 당시 안씨의 출근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모가 생전 작성한 일기 형식의 메모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상당 분량의 메모에는 승아양 사망 전후 한씨의 심경 변화 등이 상세히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승아양이 숨지게 된 경위나 지속적인 학대 여부, 범행 과정·동기 등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계부 추가적인 범행 여부 등 수사
한씨가 남긴 메모의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씨 자신의 삶과 숨진 딸 승아양은 물론 남편 안씨와의 불안했던 관계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승아양 학대 이유 등에 대한 내용도 일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경찰조사에서 안씨는 '아내가 아이를 숨지게 했다'와 '자신은 시신 유기에만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일부 진술을 번복하긴 했지만 '자신은 처벌이 두렵다는 아내 때문에 숨진 아이를 유기한 죄밖에 없다'는 게 안씨 주장의 핵심이다.
현재까지 안씨 주장과 달리 한씨의 메모 조사내용과 추가적인 안씨 진술조사 등을 통해 그의 직접적인 학대 등이 드러난다면 이번 사건, 특히 안씨의 적용 혐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시신 발견 못해도 혐의 입증 가능
이번 사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승아양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다.
시신이 발견돼야 구속된 안씨의 혐의는 물론 부검을 통해 추가 학대 여부 등을 명확히 할 수 있지만 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빠르면 오는 25일, 늦어도 28일까지 사건을 마무리 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어서 시신 발굴에 남아있는 시간은 3~5일 정도다.
현재까지의 수색작업 등으로 봤을 때 시신 확인 없이 안씨 진술조사와 한씨의 생전 메모 등의 증거만으로 경찰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승아양 시신이 발굴되지 않더라도 안씨의 '사체유기'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유기 장소 등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분, 여기에서 발견된 모순점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와 프로파일러 심리 분석 등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숨진 한씨의 메모를 면밀히 확인하는 등 사건 관련 모든 자료를 면밀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의 경우 안씨가 시신 유기 장소를 본인이 직접 지목하는 등 관련 혐의점이 분명한 상황"이라며 "시신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안씨의 혐의 입증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