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좁혀올지 모르는 수사망을 의식한 듯 범행 사실을 숨기려는 안씨의 노력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안씨 등은 승아양이 숨진 뒤에도 마치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입주명부를 작성했고 초등학교 입학신청서까지 제출하는 등 수사망을 피해왔다.
안씨와 숨진 승아양의 친모 한모(여·36)씨의 최초 진술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8일 시간차를 두고 진행된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이들은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아이를 평택 고아원에 버렸다"며 '안씨의 독단적인 결정이었고 한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다'는 등 일치된 진술을 했다.
사실과 전혀 다르면서도 정확히 일치한 두 사람의 진술은 입맞춤 즉 어느 정도 사전 준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로파일링 수사에서 안씨가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 생략하는 경향과 거짓말에 능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5년이 지나서야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형사들이 명확한 사건 수사를 위해 최적으로 보는 시간은 사건발생일로부터 5일 이내다.
5년이 지난 현재 경찰은 안씨의 기억과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로 사건 핵심 중 하나인 승아양 시신 발견에 애를 먹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수사과정에서 친모 한씨가 생전 작성한 '일기 형식의 메모'가 등장했다.
경찰에서 승아양에 대한 직접 학대 사실을 부인하던 안씨는 한씨의 메모 내용을 토대로 한 진술조사에 폭행 사실을 자백했다.
지난 23일 메모 내용을 처음으로 직접 확인한 안씨는 상세하게 기록된 내용에 깜짝 놀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중 다소 뻔뻔할 정도의 여유로움을 보이던 안씨는 메모 확인 이후부터 심경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안씨는 한씨의 자필 메모(학생용 얇은 공책 6권 분량)나 휴대전화 메모의 존재를 아예 몰랐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설사 메모 존재를 알았더라도 자신과의 갈등 나아가 자신의 폭행 사실까지 상세하게 기록됐다는 것은 알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5년이 지난 시작된 수사와 턱 없이 부족한 증거,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안씨의 명확한 혐의 입증은 물론 행방이 묘연한 승아양 시신 발견에 성공할지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