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족(公試族) 열풍

2016.04.19 17:48:07

[충북일보]공무원 임용시험 열풍이 대단하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무원에 목매는 청년들이 유명 학원가를 점령한지 오래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뜻하는 '공시족(公試族)'이 몰리는 바람에 주변에 원룸을 구하는 일도 만만찮다. 유명 학원가 주변은 불황의 무풍지대다.

본질적 원인 살펴봐야 할 때다

얼마 전에는 황당한 사건도 터졌다.

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던 한 대학생이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시험 담당자의 컴퓨터를 열어 성적을 조작하다 적발된 것이다.

청년층 취업준비자 35%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014년보다 7%가량 증가한 수치다. 통계청이 지난해 경제활동 인구 청년층(15∼29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대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스스로 생활비를 벌며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공시족의 경우 3명 가운데 1명이 하루 8시간 근무한다. 공시족 절반가량이 온라인 강의, 나머지 30%가량은 독학,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11%가량이었다. 9급 공무원 준비가 79%, 7급 18.9%, 5급은 2.1%였다. 공부는 하루 평균 5.9시간, 9급 공무원(79.1%)을 위한 공부가 대부분이었다. 이어 7급(18.9%), 5급(2.1%) 순이다. 합격을 위한 준비기간을 1∼2년으로 답한 공시족은 41.7%, 32%는 1년 미만, 16% 2년 이상 공부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관련 포털 사이트가 최근 조사한 결과다. 공무원 시험 열풍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케 한다.

공시족 증가의 주요 원인은 간단하다. 고용 안정성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에도 정년 보장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사회 불평등 구조, 경제 활동에서의 불평등, 이른바 수저 계급론까지 거론되는 기회 불균형 등이 공시족 열풍을 있게 한 셈이다.

공시족 증가현상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왜, 공시(公試) 열풍이 불고 있나. '공시'에 20만 명씩 몰리는 게 건강한 나라인가. 이런 반문 속에 공무원을 하겠다고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현실이 착잡하다.

수많은 직업군 가운데 유독 특정 직업군에 청년들이 몰리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공직에 대한 과도한 선호현상은 국가적 손실이다. 국가인적자원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적자원 배분의 왜곡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민간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우수한 인재가 적절한 시기에 민간 기업에 진출해 경제활동을 할 때 그 국가와 지역의 활력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청년들이 창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회에 진출할 때 그 국가와 사회는 희망이 있다.

물론 공시족이 늘어난다고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공시족이 되게 한 본질적 원인에 대해선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일부는 바로잡을 수 있다.

'창조경제' 실천 고삐 당겨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한국 경제의 엔진인 기업이 청년들에게 외면 받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 기업의 추진동력이 없다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다.

청년층이 스스로 중소기업을 선택하도록 하는 정부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교육ㆍ의료ㆍ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 고학력자들을 수용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공직선호 완화와 청년 일자리창출은 요원하다.

박근혜 정부가 구호로 외쳐 온 '창조경제' 실천에 좀 더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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