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 '단기간 고수익' 달콤한 유혹

높인 이자·거액 수익 미끼로 돈 받아 챙기는 투자 사기
나이·학력·소득 수준 등과 무관하게 피해자 고른 분포
최근 5년 간 도내 사기범죄 2만8천여건… 꾸준히 증가

2016.05.16 19:39:03

[충북일보] '금수저와 흙수저'.

경기불황의 늪에 빠진 청년들이 우리 사회 현실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스럽게 표현하는 말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흙수저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이들은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을 꾸며 도박에 빠져드는 등 각종 범죄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이에 본보는 최근 범죄 유형별 분석을 통해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빠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모두 3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은 빚더미가 돼 돌아왔다.

사건의 발단은 충북의 한 제조업체에 다니던 A(25)씨가 동갑내기 B(25)씨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지난해 초순께 A씨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 B씨를 알게됐고 이따금 연락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A씨에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려 하는데 사이트 개설 등에 필요한 초기 비용에 투자하면 매달 큰 수익을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투자에 필요한 목돈이 수중에 없었던 A씨는 제3 금융권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3천만원 상당을 대출해 B씨에게 건넸다.

이때부터였다. B씨의 연락은 날이 갈수록뜸해졌고 약속했던 거액의 수익금은커녕 투자금액조차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사기 당한 것으로 알게된 A씨의 고소로 B씨는 결국 구속됐지만 A씨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고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A씨의 지인은 "회사 월급으로 근근이 생활하던 A씨가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만 믿었던 것 같다"며 피해를 본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A씨는 여전히 빚 문제 때문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 고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저금리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 금액 투자에 따른 높은 이자나 거액의 수익 제안은 피해자들에게 달콤한 유혹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 수법도 각양각색인데 가장 빈번한 것 중 하나가 '부동산' 투자사기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사기는 토지의 보상·개발로 가격 상승을 내세우며 투자를 요구하거나 등기 비용 등을 명목으로 급전을 받아 챙기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물품 공급이나 사업체 운영 등을 미끼로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챙기는 수법, 피트니스클럽 등의 회원을 모집한 뒤 그 돈을 끌어모아 잠적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경영난을 겪던 청주 한 피트니스클럽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으면서 이곳에 등록된 회원 800여명이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데 적게는 8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연간 회원권을 구매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피해액은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투자하거나 빌려주면 높은 이자나 수익금을 챙겨주겠다는 수법이 가장 일반적"이라며 "최근에는 SNS나 전화·메시지 등 온라인을 통해 단 한 번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꾐에 빠져 사기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를 하다 보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기 내용이 상당수인데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돈을 투자하거나 빌려줬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투자 사기 등의 피해자들을 살펴보면 나이·학력·소득 수준이 무관할 정도로 고르게 분포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 듯 도내 사기범죄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투자 사기를 포함한 사기 범죄는 지난 2011년 4천828건에서 2012년 5천569건, 2013년 6천299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4년 5천792건으로 잠시 주춤했던 사기 범죄는 지난해 6천437건으로 또다시 늘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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