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읍'이 돼버린 갑(甲)과 을(乙)

2016.10.04 19:26:38

김근진

충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경정

말(言)의 힘은 매우 크다.

말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고 그 사회를 반영한다.

누군가는 현실을 빗대거나 과장하려고 일부러 말을 지어낸다.

그런 말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마침내 현실을 왜곡한다.

요즘 갑(甲)질 논란이 거세다.

이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약자에게 불공정하거나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갑의 횡포는 만연하다.

최근 이 문제가 불거진 것도 현실과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미국에 이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균형으로 계층간 위화감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일부 지도층은 도덕 불감증에 빠져 약자에게 불법행위마저 저지르곤 한다.

갑의 횡포로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 가운데 갑질 논란은 빠르게 파고들었다.

마침내 우리 사회는 '갑을' 관계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사회 지도층이 높은 도덕성을 갖고 그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 같은 논란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국민 분열과 계층 갈등을 가져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를 봉합하기 위해 또 엄청난 사회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잠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자.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많은 것을 남겼다.

앞으로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예측은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세계 경제사정도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도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경제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안보 문제는 어떤가?

9월 4일 중국에서 세계 정상이 참석한 G20 회의가 열렸다.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동해상으로 미사일 3발을 쏴 올렸다. 올 해들어 벌써 열네 번째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특히 지난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는 매우 위협적이다.

이젠 전방, 후방이 없다. 어디라 할 것 없이 다 최전방이다.

어렵기는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

지금 우리는 매우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런데도 편 가르기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며 국력을 헛되이 쓸 것인가?

약자에 대한 횡포가 심해지고, 갑질 논란으로 사회가 나눠지는 걸 두고 볼 순 없는 노릇.

이참에 경찰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갑질' 횡포)'를 중점 단속할 것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서 △ 정부·공공기관의 직권을 이용한 인·허가/입찰 비리 △ 금품향응 수수, 직권남용 등 권력형 비리 △ 공공사업 발주시 특정업체 몰아주기 등 지역 토착형 비리 △ 계약·납품과정에서 리베이트 등 불공정 거래행위 △ 인사·채용비리 등 직장 내 불법행위가 중점 단속 대상이다.

경찰의 이런 노력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조리를 없애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갑질', '갑의 횡포'에서 이제는 '갈읍'이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갈'은 갑(甲)인데 을(乙)의 눈치를 보는 것이고, '읍'이란 을(乙)이 마치 갑(甲)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갑과 을은 언제든지 그 자리가 바뀔 수 있다는 거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그러나 새야. 새야. 높이 나는 새야.

잘난 체 하며 너무 뽐내지 마라.

높은 데서 떨어지면 너만 더 아플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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