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포화 상태' 주유업계 경영난

주유소 운영 40대 부부, 수십억 채무에 극단적 선택
충북도내 주유소 771곳, 가격경쟁 등 경영난 휴·폐업↑
대체연료 등장·화석연료 내리막… 장기 전망 '먹구름'
매출 맞추려 가짜 석유 제조·판매 등 불법 행위 성행

2016.09.21 19:22:13

[충북일보] 불황을 모르던 주유업계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역만 보더라도 주유소 난립과 무리한 가격 경쟁 등 업계는 경영상의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각종 대체연료 등장 등 화석연료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주유업계 전망은 매우 어둡다.
지난 19일 청주 한 아파트에서 A(43)씨 부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주유소를 운영하던 A씨는 경영상의 어려움 등으로 떠안게 된 수십억원의 채무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때 주유소 운영은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자본 상황이 열악한 자영업 주유소를 중심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주유업계 전언이다.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에 따르면 도내 주유소는 지난 2014년 784곳, 지난해 785곳에서 올해 현재 771곳으로 줄었다.

도내에서 문을 닫은 주유소는 △2014년 15곳 △지난해 11곳 △올해 현재 10곳이며 휴업 주유소는 △2014년 37곳 △지난해 34곳 △올해 현재 37곳으로 집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업계에 대형마트는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는 설 자리가 없다"며 "업계에서 고객 서비스로 긍정적인 경쟁이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가격만 두고 제 살 깎기 식의 무모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5년 11월 주유소 거리제한 폐지를 기점으로 주유로 난립은 가속화됐다.

여기에 2011년께 공동입찰을 통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유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한국석유공사 등의 '알뜰주유소'가 생겨났다.

주유소 수가 과포화상태에 이르자 업계에서는 판매가격을 앞다퉈 낮추는 등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결국 마진하락 등 소득이 줄면서 경영난에 빠져드는 주유 판매점이 속출했고 특히 자본이 빈약한 자영업 주유소 등이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일부 주유소는 셀프주유기를 설치하면서 인건비 절감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경영난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휴업·폐업은 계속되고 있다.

어려운 업계 상황 때문일까. 일부 업주들은 경영유지를 위해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불법 행위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정상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제품을 혼합하는 방법으로 유사·가짜 석유를 만들어 팔거나 리터기 조작으로 주유량을 속이는 등의 수법 등이 대표적이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1~2015년) 도내에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건수는 모두 320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석유관리원 등은 가짜 석유는 전문기술 없이도 손쉽게 제조할 수 있어 경영 어려움을 겪는 일부 주유소에서 매출을 맞추기 위해 가짜석유를 판매,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전국 주유소 수는 1만3천200곳에 달하며 최고조에 달하는 등 주유업계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며 "이후 알뜰주유소가 생겨나는 등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급격한 어려움에 빠졌고 휴·폐업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진이 최저수준인 1%대까지 떨어진데다 면세유의 경우 사실상 특정 기관에서 전권을 가지고 독점하는 등 공정경쟁이 되지 않고 있어 특히 자영업 주유소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주유소 간 극심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격 하한선 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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