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에 나오는 순간 젊은이여"

2016.09.29 18:53:58

김용예

증평군노인복지관장

노인은 이제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늙은이', '쇠한 사람','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데 그런 말은 느낌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노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늦가을 감나무가 연상된다. 여름내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아 속살을 말랑하게 익힌 감들을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고 서 있는 감나무를 떠올리면 저절로 입에 군침이 돈다. 마음까지 달달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노인은 저절로 나이 먹어 필요 없는 이들이 아닌, 잘 익은 열매를 단 감나무처럼 인생의 황금기를 살고 있는 분들이다. 오랜 세월 어렵고 험난한 삶속에서 익힌 지혜를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고 덕망을 나누어주는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분들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노사연의'바램'이라는 노래 가사에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나는 이 가사가 너무 좋아 반복해서 듣곤 한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쯤 얼마만큼 익어가고 있을까·' 궁금한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며칠 전에 복지관에 일찍 오신 어르신께 "혹시 노인이신 지금의 입장에서 불편하시거나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신가요·"라고 여쭈어 보았다.

"복지관에 와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니까 건강도 많이 좋아졌어, 계단을 붙잡고 겨우 올라오던 3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날아다닌다니까, 하하하"기쁘게 웃으시며 말씀 하신다.

"우리나라 복지가 너무 잘 되어 있으니까 병원비 조금 들어가는 것 말고는 큰돈도 들지 않아. 대한민국 역사 이래 지금처럼 살기 좋은 세상은 없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옆에 있던 다른 어르신도 맞장구를 쳐 주신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노인의 날」은 어르신들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고 경로효친사상을 더 확산해야 할 것이다. 어르신들도 '노인인 내가 이제 뭘 하겠어.' 라는 생각을 버리고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는 신바람 나는 노후생활로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증평군노인복지관은 예방·보호·통합기능을 중심으로 어르신들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소통하는 종합적인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치매·질병으로부터 걱정 없이 활기차고 건강해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하시도록 삶의 만족도를 높여 드리려고 매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면 노년의 삶을 건강문제나, 경제적인 어려움, 정서적인 고통까지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아직도 어울리기를 싫어한다든지,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을 가기 싫다든지 하는 이유로 방에서 나오지 않고 생각이 고립된 채 홀로 계신 노인들이 나오셔서 함께 하고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노인은 바깥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직 최고의 순간이 남아 있는 젊은이가 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바뀌었네."라고 하시며 감사하는 어르신이 참으로 많아질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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