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홍시와 로컬 푸드

2016.09.28 18:09:56

김도완

중원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정형화 된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조그만 시골집을 얻어 나름대로의 전원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을 지나고 있다. 주택에서 사는 재미를 말하라고 하면 계절의 변화를 일기예보와 달력이 아닌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과 다양한 먹거리를 철마다 직접 채취하여 맛볼 수 있는 행복이라 할 수 있다. 작년 늦 여름 이사를 와서 미처 몰랐던 우리 집 작은 공터에는 내가 심지도 않은 상추 몇 포기와 고추, 미나리, 보리수 열매, 포도 등이 있다. 참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내게 제공하고 있는 전에 살던 분들께 감사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낸 강력한 생명력이라 할 것이다.

우리 집 마당 수도가 옆에는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른 추석을 보내고 감이 하나둘씩 떨어지던가 싶더니 홍시가 몇 개씩 열리고 있다. 옆집 할머니 말씀이 예전에는 단맛이 좋았는데 이젠 맛이 없다고 하신다. 입맛이 바뀐 것인지 감나무가 나이 들면서 홍시 맛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겐 직접 내 손으로 따서 먹는 이 맛은 다른 어떤 과일에 비할바가 못 된다. 가끔 명절 때 곶감은 먹었지만 홍시는 참으로 오래만에 접하는 것 같다. 만약 이 시간 마트에 가서 홍시를 구입하게 된다면 그 홍시는 '언제, 어디서 따서 우리 동네 마트에 왔을까? 내가 구입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까 ?'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로컬푸드(local food)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하며, 글로벌푸드(global food)의 반대 개념으로 2008년 전북 완주군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 후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국내산 농산물과 농민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식품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이러한 개념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된 것을 먹고 살면 건강해진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었으며,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와 유사한 개념이다.

사회가 다양화, 세계화 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을 외치고 있다. 먹거리 또한 예외는 될 수 없어 매우 다양한 식품이 수입되고, 또 많이 즐기고 있으며, 우리의 입맛을 바꾸고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새로운 맛을 향유하고, 우리 식품이 외국에 수출되는 등 글로벌 푸드의 장점도 있다. 하지만 신선도가 생명인 과일의 경우 수확 후 우리 입으로 들어올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며, 이러한 당도를 유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마당에서 열리는 홍시를 직접 따서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먹거리를 구입하고, 소비하겠다는 관심을 조금만 더 갖는다면 나와 우리 가족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우리지역 농민들의 삶이 안정화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 농업도 지켜낼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로컬푸드는 지역 시장을 위해 생산된 것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신뢰의 고리를 형성하고, 운송 거리를 단축시켜 '이산화탄소(CO2)'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홍시는 비타민C 함량이 사과보다 5배 많아 요즘 같은 환절기 감기 예방에 좋고, 탄닌 성분은 모세 혈관을 강화시켜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번 가을에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가을을 우리 이웃과 좀 더 많이 나누면서 건강과 농업을 동시에 챙기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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