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병'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2016.09.28 18:23:02

유선

청주청원경찰서 경무계 순경

중학교 2학년을 전후한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과 불만이 극심한 심리 상태를 속칭 '중2병'으로 부른다는 사실은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중2병'에서 더 나아가 '초4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만큼 사춘기적 특성을 보이는 시기가 빨라졌다는 의미이다. 신체적 성장과 함께 정신적 성장이 맞물려 나타나는 시기인 사춘기. 어찌 보면 과거보다 좋아진 발육과 영양 상태는 물론이고 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에 의한 무분별한 정보의 노출이라는 사회적 환경이 사춘기를 앞당기는 데 한몫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는 만큼 초등학생의 공격성과 폭력성이 함께 빨라졌다는 데에 있다.

지난 7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초4병'이라는 용어가 나타나게 된 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의 응답 비율인 '피해응답률'이 0.9%(약 3만9천명)로 집계되었는데, 이 중 약 67.9%(약2만6400명)가 초등학생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년 동차 대비 중학교(0.2%p ↓), 고등학교(0.1%p ↓) 피해응답률이 소폭 감소한 반면 초등학교는 소폭증가(0.1%p ↑)한 것으로도 확인되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피해응답률의 증가(0.1%p ↑)는 초등학교 4학년 피해응답률 증가(0.2%p ↑)에 기인한 것으로, 이는 학교폭력 발생시기가 기존의 중·고등학교에서 초등학교 시기로 내려오는 '학교폭력 저연령화' 현상을 재확인시켜준다.

첫 학교폭력 피해사례도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발표한 '2015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이전부터 고2까지 학교폭력 첫 피해시기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4학년이 14.9%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였다.

2016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학생 천명당 피해유형별 응답비율도 유심히 봐야할 필요가 있다. 피해유형은 언어폭력(34.0%), 집단따돌림(18.3%), 신체폭행(12.1%) 등의 순으로 나타나 언어폭력이 심각함을 알 수 있는데,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와 언어폭력의 심각성은 갈수록 흉악해지고 대담해지는 성인범죄와 어른들의 잘못된 언어습관을 그대로 모방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2병이든 초4병이든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하나의 성장통이다.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성장통을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해, 또 학교폭력 저연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생들만 다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묻는 말에 대답도 잘 안하고 작은 잔소리에도 신경질을 부린다고 해서 윽박지르거나 비난, 무시하지 않는 부모의 자세가 필요하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교우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아이들의 감정을 먼저 존중해주며 고민이 무엇인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경찰은 학생들이 117신고센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상담·신고 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범죄예방교육, 학교폭력예방캠페인, 순찰활동, 청소년선도프로그램 등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제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지난 19일부터 오는 10월28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각 가정, 학교, 경찰,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협력으로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학생이 감소하길 바라며, 나아가 학교폭력이 근절되어 더 이상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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