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공공 숙박시설인 원이 있던 원동

2016.10.05 14:55:5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오창읍의 원리(院里)는 '원골, 원동'이라 불리어 왔는데 1914년 행정구역명으로 '원리(院里)'라 표기가 되었다. 본래 청주군 북강외일면의 지역으로서, 조선조 때 행인의 편의를 봐주는 원집이 있었으므로 원골 또는 원동이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다른 지역에도 '원동, 원골'이 많이 나타나는데 오창읍의 '원리'처럼 옛날에 역원이 있었던 지역이 많으나 역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지역도 있어서 모두 역원과 연관짓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원골, 원동'이라는 지명은 예전에 역원이 있었다는 연고로 인하여 지명에 '원'이 포함된 지명과, 역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다른 고유어가 음운 변이를 거쳐 '원골, 원동'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먼저 '역원'에 연고를 두고 생겨난 '원-'계 지명을 찾아보자.

우리나라 역원제(驛院制)의 기원은 고려 성종 때 12목이 설치된 이후 지방제도가 본격적으로 정비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개경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역로망을 형성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이 제도를 이어받아 활용한 것이다.

충북향토문화연구소에서 편찬한 '충북의 역원과 봉수'에 의하면 "역이란 중앙 관아의 공문을 지방 관아에 전달하며 외국 사신의 왕래, 벼슬아치의 여행과 부임 때 마필(馬匹)을 공급하던 곳으로서 주요 도로에 대개 30리마다 두었던 국가 기관으로서 충북에는 청주의 율봉도(栗蜂道) 찰방(察訪)에 속한 17개 역과 충주의 연원도(蓮原道) 찰방에 속한 15개 역이 있었다. 그리고 역과 함께 중요한 교통수단이며 숙박시설인 원은 충북지역에 95개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에 보인다."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통신기술을 갖게 된 것은 역ㆍ원ㆍ봉수와 같이 고대로부터 축적된 기술과 제도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세월의 변화로 역과 원의 터는 그 위치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지명에 남아있는 곳이 있어 지명의 원형을 찾아보면 원의 대략적인 위치를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청주시 서원구에 위치한 원마루(원평)은 고려, 조선시대에 이곳에 원(院)이 있었기 때문에 원마루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청주성 남쪽 6리에 '인제원(仁濟院)'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원마루'의 '원'은 '인제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원마루'의 '마루'는 높은 곳 또는 넓은 곳의 의미를 가진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원마루'는 '원(院)이 있던 넓은 들'이라는 뜻을 가지며, 이것을 한자화하여 '원평(院坪)'이라고 한 것이다.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는 이조때 장림역에 딸린 용부원이 있었으므로 만들어진 이름이며, 북한 지역의 황해도 봉산군 사리원읍(沙里院邑)의 사리원도 역원제(驛院制)에 의하여 의주로(義州路)상에 위치하였던 원의 이름인 것이다. 이와같이 원의 이름이 지명으로 남아있는 곳도 있으나 원의 이름은사라지고 원이 있었다는 유래만 전하고 '원'의 음만 남아있는 곳도 많이 있다.

경남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의 원동(園洞)은 '원동골, 원리'라고도 하며 조선시대에 이곳에 청호역(靑好驛)이 있었다고 한다. 파발 제도가 잘 갖춰졌던 조선 시대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방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에 약 12km 정도마다 역을 두고 공용 여행자의 편의를 최대한 도모했다. 또 역과 역 사이에는 참(站)을 둬 여행자의 숙소를 마련했고, 군데군데 관(館)과 원(院)을 설치해 숙식을 제공하고 접대를 잘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러한 도로 곳곳에 'ㅇ관' 'ㅇㅇ원' 'ㅇ역' 등의 지명이 붙기 시작했고, 또 그러한 편의 시설이 있는 마을에는 '관터(館基)' '관말(館村)' '원터(院里, 院垈, 院村, 院洞)', '역말(驛村, 驛里)' 등의 이름이 붙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 역천동, 부천시 역곡동, 전북 진안군 진안읍 단양리 역말, 용인시 신갈리 역말, 등 전국에 많은 지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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