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의 공직 견문록(見聞錄)

2016.10.13 18:07:12

이성운

청주시 하천방재과 주무관

필자는 지난해 10월 공직에 임용돼 이제 갓 한 돌을 맞은 하천방재과 새내기 공무원이다. 학원 강사로 재직하다 불혹을 넘어 공직에 입문한 늦깎이다. 마흔이 넘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주위의 찬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필자 역시 사회 초년생처럼 공직에서는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공문서 작성, 업무보고, 민원처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를 배웠지만 나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업무가 많아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혹독한 민원에 시달릴 때는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직생활은 타 조직보다 안정적이며 일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신규 공무원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은 바로 민원 상담이다. 필자에게도 이런 고질 민원이 비껴갈 일은 없었고, 지난 1년을 고질 민원을 처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신규 공무원이 고질 민원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업무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고질 민원을 해결하게 되면 업무처리에 대한 성취감은 그만큼 더 크고 자신감도 생겼다.

민원 이외에 신규 공무원으로서 어려웠던 부분은 관련 법에 관한 문제였다. 신규생활 초창기에는 법조문을 읽어도 실제 어떤 법규 또는 어떤 조항을 적용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더 어려웠던 것은 전화 민원이었다. 관련 법을 바로 검토해 전화응대를 해야 하는데 그 민원사항이 도대체 어떤 조항에 해당되는지를 몰라 당황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규 임용된 지 한 달이 채 안 돼 그런 전화민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민원의 요지는 '하천 제방도로를 통나무가 가로막아 사람들의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같으면 빨리 행위자를 찾아서 원상복구를 하게 하겠다고 응대할 텐데 당시 민원인에게 행위자를 찾아 벌금 및 징역 등의 벌칙 처분을 하겠다고 해 민원인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욕설을 들었다. 지금도 필자는 그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기다리는 1년은 더디게 오지만 하루하루 공직 생활에 적응하며 보낸 1년은 하루 같이 짧았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신규 공무원이라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결재를 보류하고 문서를 다시 작성하라며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받을 때는 자존감까지 무너졌다. 하지만 이 꾸지람은 나를 더 성숙하게 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필자는 근래에 와서 공무원의 행위는 문서로 남고 문서로 평가 받기 때문에 문서는 바로 공무원 자신의 얼굴임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나는 공직생활 1년간의 작성한 문서들을 정리했다. 1년 전 문서와 최근의 문서를 비교하니 초등 1년과 6년생이 쓴 필적의 차이만큼이나 그 차이가 컸다. 그동안 겪은 어려움이 나를 발전케 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함께하는 동료와 상사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공무원은 처분과 행위를 법에 따라 해야 하지만 진정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진심으로 교류하는 방법을 겸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과 진심으로 교류하는 방법은 전 세계에 어디서나 똑같다.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어려움도 배려를 가지고 접근했다면 애당초 고질 민원이 되질 않았을 것이고 상사에 대한 업무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공직생활 한 돌을 맞아 그간의 1년을 거울삼아 더 노력하고 더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 일등경제 으뜸청주의 아름다운 일꾼이 되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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