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집단극화 현상

2016.10.13 18:11:32

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사회심리학 개념 중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라는 것이 있다. 개념적 정의는 특정 현상에 대한 논의가 있은 후 집단의 구성원들이 집단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거나 극단적으로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쇼셜미디어 상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집단극화라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 안에서 정치적 가치관이 유사한 사람들이 나누는 사회문제에 대한 논의는 반대편에 있는 집단에 대한 극화된 표현으로 드러난다. 특정현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드러나는 것은 힘의 견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집단극화는 보통 자신 혹은 내집단의 의견은 맞고, 타인 혹은 나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집단의 의견은 철저히 잘못된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상담에 와서도 특정 정치적인 견해와 사회현상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듯 토로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학생들은 또래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순종적이고, 모범생으로 통하며 현실에서는 오히려 자신감 없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학생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상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해 극단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주장함으로써 현실에서는 갖지 못하는 힘, 일종의 우월의식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현실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만족감과 안정감은 학생들에게 큰 보상으로 작용한다. 이런 학생들은 보통 온라인상에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극도의 봉사정신을 발휘하며 만족감을 얻는다.

물론 모든 동기가 이런 결핍감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보고 이를 드러내고 개선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집단적 사고나 의사결정에는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오류가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개인으로서 생각의 균형을 이루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적절한 것인지, 다양한 선택지들을 고려하고 있는지, 독선적인 리더가 집단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 수 많은 정보들을 필터링하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을 스스로 다잡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모든 현상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이유는 이 두 면을 고루 인식하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합리적인 결정을 통해 도출된 최선의 결과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이라는 가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는 소수에 대한 관심과 최선의 도움이 지속되도록 하는 안전망이 마련된 것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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