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인가

2016.12.29 13:51:36

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반 꼴찌 수준의 문과생에서 삼성전자를 거쳐 이제 비행기 조종사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오현호씨의 이야기가 몇일전 기사로 보도가 되었다. 그는 철인3종 경기, 히말라야 등정, 사하라 사막 마라톤 250㎞ 완주도 했으며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가 자신의 꿈을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고 하며 중고등학생 때에는 꿈조차 없이 아르바이트 혹은 친구들과 싸움질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운 좋게 대학에 입학하면서 각오를 다졌다. 이 각오는 해병대 입대와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더욱 단단하게 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이 한 인간이 삶의 방향성을 재고를 한다든가 또 다른 의미를 찾는 계기에는 내적 自省과 함께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이른바 이러한 중개변인들의 집합체는 대학이 아닐까. 고교 졸업생의 90% 가까이가 대학에 진학을 하기에 하는, 아울러 고교시절에는 국영수 중심의 공부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니 섣부르게 너는 왜 오현호씨보다도 좋은 환경인데 저러지 못하냐고 자녀들을 비난하시지 마시라. 보시라. 몇몇 대학의 독특한 학과를 보면 곤충산업과, K-Pop스타전공, 신학순결학과,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경배와 찬양학과, 웨딩플레너, 드론, 카지노 등등이 있다. 대학의 개념과 역할이 변한 것일까. 이 기사에 대한 댓글 몇 개를 소개하면 '대학에서 학과늘리고 인원 늘려서 장사하겠다는 얘기지, 대학에서 저런 걸 학비내고 배워야하나, 대학 아니고 삥뜯는 양아치네, 전부다 애들 등골 빼먹는 과이네, 청와대 비아그라과, 서면 보고학과도 만들지' 등과 같은 것이 있다. 제2, 3의 오현호씨같은 사람이 없으라는 법이 없는데 각자가 혹은 대학 조차도 본연의 역할을 내려놓고 오로지 먹고 살겠다는 -게임의 법칙은 무관하게 - 행위만이 난무하면 누구도 꿈을 꿀 수가 없지 않을까. 그러면서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을까 왜 이렇게 이기심과 배금주의가 팽배한 사회가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러한 생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고민이 아니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고 아울러 매년 연말이면 이른바 많은 일들과 어려움이 많았다는 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을 관습적으로 우리는 사용할까라는 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우리네 삶 자체가 다른 이들과 같은 사회적 환경은 물론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 내지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 일견 다사하고도 다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왜 그런 것인가에 대한 정밀하고도 정교한 이유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이 문제일까. 청주의 자랑거리이며 충북의 자긍심인 직지심체요절이 말하는 것처럼 마음을 내려놓던가 비우고 진리 혹은 깨달음을 향해 구도적 행위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체념적 수준의 포기를 통해 매사 술에 물탄 듯 구름에 달 가듯이 유유자적 하루를, 일년을 보내는 것이 정답일까. 유난한 행동이나 생각도 없이 유별난 태도도 없이 자신만을 생각하며 적당히 사는 것이 유유자적이 아닐텐데 우리는 왜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을 들먹이며 유유자적을 꿈꾸는 것일까. 산다는 것이 살아가면 갈수록 어렵다고 말하시던 예전 선생님들의 모습이 아련하고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파이와 비교해서 배가 아프고 아울러 파이는 맛이 없어야한다는 생각에 일년을 보냈음을 반성하는, 하여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는 그 날은 언제일까와 같은 뜬 구름을 찾는 행위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네 삶은 짧기만 한데 우리는 무엇이 마음에 걸려 꿈을 찾는 것을 망설이는 것일까. 미운 놈, 못난 놈, 잘난 놈 등 놈놈놈에 대한 기억은 저 멀리 지는 해에 녹여버릴 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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