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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이른바 집밥 백선생이라는 분이 다녀간 식당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요즘, 유명인은 무엇을 먹고 또한 이들과 같은 것을 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 듯 한데 문제는 이러한 대중의 관심이 음식 맛의 획일화, 표준화, 단순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부분이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연결된 요즘에는 그 지역의 고유의 맛이 보존되기가 어렵다. 교류와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러하며 동시에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타지역 사람들이 원하는 맛에 맞추어야 음식점 매상이 오를 것은 뻔한 일이니 더욱 그러하다. 또한 음식을 입안에 가득 넣고 삼키지도 않고 맛있어요와 최고를 연발하는, 우리의 식사예절에는 찾아 볼 수 없는 경박함이 방송 프로그램을 장식하고, 심지어는 어느 방송국에 미리 출연할 집으로 광고까지 하는 웃기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러한 대중적 취향 혹은 입맛의 단순함, 일회성, 즉흥성과 비전문성 그리고 경박함은 결국 이와 관련된 깊이, 폭 그리고 시간의 축적을 방해할 수도 있다.

사실 한 때는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를 고민하고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먹거리는 생존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적도 있었다. 아무튼 먹거리, 먹방, 먹고 또 먹고가 대세라고 하니 그렇다고 하고 우리만의 고유한 정신과 얼을 만드는데 기여한, 기여할 우리 지역의 고유한 음식을 몇 가지나 알고들 있을까.

사실 음식은 단순 먹거리나 방송용 소재를 떠나 이미지이며 문화이며 동시에 상품이다. 어떤 음식을 제공하느냐 혹은 먹느냐에 따라서 개인이나 집단, 지역의 외부적인 이미지가 형성이 되고 전달된다. 아울러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먹는가, 자석이나 음식물 배치, 도구, 색상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면 수백, 수천년 동안 내려온 문화 이야기들이 풀려 나올 것이며 특정 음식 예컨대 옥천에 생선국수나 종가음식을 보은에 사찰음식을 단양에 마늘연근떡갈비를 먹으러 가는 관광으로 변해 버린다. 아름다운 주객의 전환이라고나 할까.

이는 우리의 빈대떡같은 음식인 블린을 먹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는 이른바 SIT (Special Interest Tourism) 즉 특정음식 생산지를 방문하거나 음식축제에 참가하여 시식을 하는 등 특성 체험을 하는 관광으로 변모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음식이 문화적 관여도가 높은 이유는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블린은 러시아인들의 민간 전래 신앙에서도 사용되었던 음식으로 요즘 시기에 열리는 축제 기간에 특별히 맛있게 먹어야 복이 들어온다는 민간 신앙까지도 있으며 우리의 고시레처럼 죽은 조상의 영혼과 자연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창문에 걸어놓기도 한다. 또한 블린은 세상의 중심으로서 태양을 상징하면서 건강과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메신저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춘분인 요즘을 전후해서 블린을 먹는 다는 것은 한해 농사가 무탈없이 잘 되고 가족과 이웃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의미도 많다고 하는데 이러한 의미의 공유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과 우애를 다지고 확인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한 그릇의 수제비와 한 잔의 막걸리가 공동체의 단합을 추구하고 노동요가 힘든 일에 지친 육신을 위로하던 시대가 지나가 버린 것은 아닌가. 단순히 막걸리 대신 맥주를 마시는 변화가 아니라 의식의 변화 즉 향토음식이 퓨전과 같은 국적 불명의 뒤섞임에 의해 혹은 출처를 분명히 알 수 있는 피자나 케밥에게 밀려 사라지고 있는 것이 요즘이 아닌가. 음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문화가 축소되거나 변한다는 것이고 결국은 사람과 예전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랴. 예전의 문화가 무조건 옳거나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지 못한, 획일화되고 단순화된 영향력에 의한 변화를 우려하는 것이다. 더욱이 백선생류의 이른바 프랜차이즈음식점의 범람은 마케팅 등에서도 상대가 안되는 주변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힘들게도 하지만 가맹점 역시 몇몇 사례들을 보면 그다지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들 한다. 따라서 이른바 문화 아니 음식 제국주의의 결과로 우리 지역의 음식이 사라짐은 우리의 영혼이, 우리다움이 사라짐으로 느끼지 않도록, 연매출 1천억이 넘는다는 백선생, 이제 많이 버신 것 같으니 제발 지역에서 음식을 영혼처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길, 또한 지역의 작은 음식점을 죽이는 거대한 자본의 앞에서 서시는 행동에서 벗어나 이들과 같이 가는 모습을 청하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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