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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얼마 전만 해도 명절에 콘도미니엄에서 제사를 모신다는 것이 뉴스거리가 되었지만 최근은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지난해 추석에는 제주도로, 이번 설에는 세부나 파타야로 오시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게 되었다.

이렇듯이 상전벽해, 즉 잠시 안 본 사람의 외모가 몰라볼 수(성형)는 있어도 우리 지역을 수십, 수백년간 변치 않도록 하는 요인 혹은 분모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아 혹은 우리-의식(We-consciousness)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정체성일 것이다. 최근 美골든글로브상을 휩쓴 영화 '레버넌트'는 추운 겨울 산속에서 삶의 고단함과 신비함 속에서 복수를 위해 4천㎞를 이동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지만 살짝 살짝 비치는 성조기를 통해 미국인들은 조상들이 자신의 나라를 어떻게 지켜왔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70만 인구로 작은 산중 왕국 부탄이 행복지수(GNH)를 고안해내고 국민소득이 2천달러 내외 임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일년에 2만 명으로 제한하여 입국을 허용한다던가 정부에서 관광객 1인당 하루 300달러씩 체류비를 받아서 반은 복지로, 나머지는 관광비용으로 쓰며, 국가 전체의 농업을 100% 유기농으로 하겠다는 것은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 색깔도 없이 있다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인도의 22번째 주(洲)가 되어버린 시킴(sikkim)왕국의 사례를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지향적 가치는 무엇일까. 아울러 전승, 전래적 가치는 또 무엇인가. 무분별한 외부 정보의 유입에 따른 정체성의 혼란 혹은 정체성을 배타성으로 이해, 착각해서 무조건 외부의 가치나 문물을 거부하고 외지인을 거부, 차별하는 것 역시도 문제이다. 이 두 가지 모두 거미줄(web)같이 촘촘히 구성된 현대사회에 적합한 행동양식이 아니다. 이처럼 폐쇄성에 기반을 둔 삶의 모습은 교류, 융합 그리고 새로움의 지향으로 변하는 시대, 물류의 이동과 사람의 만남의 빈번함과 심적 깊이의 지속을 통한 이른바 사용 혹은 유통적 가치를 발생시키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나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충북도의 경우에 이러한 심리적 배타성과 정체(停滯)에서 P. 비릴리오식의 전격전(電擊戰)까지는 아니어도 일정한 패러다임 쉬프트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이 속에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 차별성을 유지하면서도 포용력과 관용도를 높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동시에 이 노력들이 시대적으로 바르거나 절대적 기준에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치열하게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의 장(場)을 우리는 지역학이라고 적고 충북학이라고 읽는다.

지역학이 한 때는 그 학문적, 실용적 쓰임을 왜곡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많은 지역에서 지역민들의 사회문화적 가치와 지향점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긍심과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노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부산이 그러하고 서울과 전주가, 동경(東京)과 뉴욕이 그렇다. 충북의 경우 지금까지 지역학은 역사를 중심으로 많은 지적 자산을 축적했다.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을 이용하여 충북학의 범주와 대상을 인문학 전반으로 넓혀 지역민들을 찾아가고, 우리의 뒷 모습과 미래를 그리려고 한다. 혹자는 유희라고 우려하지만 유희야 말로 인간과 동물의 근본적인 차이가 아니던가. 앞에서 영화이야기를 했지만 삶에서 혹은 영화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으려는 호모 루덴스를 생각하며 인생에서 가장 신비한 것은 삶 자체( Secret of life is living)라는 괴테의 말로 신년인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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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