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블랙리스트 없어져야

2017.02.19 15:50:56

송기복

청주여고 역사교사

'나는 당신의 의견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그것을 주장하는 권리는 내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민주주의에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많이 인용하는 글이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Stephen G. Tallentyre 의 저서 '볼테르의 친구'에 실린 글이라고 하는데 볼테르의 명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상대방도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권리가 있으므로 그 의견을 잘 들어주고 자신의 의견도 제대로 주장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밝혀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건을 보고 들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 말을 떠올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화예술계에만 있는 줄 알았던 블랙리스트가 교육계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드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작년 퇴임교원 훈·포장 배제와 스승의날 유공 포상 배제에 이어 교육부가 지난 2월초에 각 시도교육청에 연락을 하여 2월 퇴임교원 중 훈·포장 대상에서 제외할 명단을 통보했다고 한다. 대상이 된 교사들은 대부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선언에 참여한 분들로 93명에 달한다. 대다수 국민과 역사학계가 주장한 국정역사교과서 반대에 교사의 양심으로 참여한 것으로 인해 교육계에 평생 몸 담으며 바친 열정과 노고, 명예가 짓밟힌 것이다. 블랙리스트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월 7일, 국가인권위는 이러한 "교육부의 행위는 포상 등 수여권자로서의 폭넓은 재량권을 넘어 합리적 이유 없이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고용의 영역에서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바, 교육부에게 각 교육청에서 징계처분을 하지 않기로 한 자에 대하여 향후 포상 등 배제행위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교육부가 사실상 보복성 차별행위를 했다고 규정하고 이를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작년 말 국정역사교과서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검정교과서 집필자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발언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박모 부단장에 대해 국회는 강도 높은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주의조치로 사실상 징계를 하지 않고 구명로비를 벌였다. 국정교과서 반대 선언에 단순 참가한 교사들에 대한 치졸한 보복에 비하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식의 심각한 자기식구 감싸기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 해체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초중등 교육의 교육감 완전 이양 등이 대선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의 원인을 교육부는 직시해야 한다.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교권을 실추시키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정역사교과서를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행하는 현재의 교육부의 행태라면 해체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더 이상의 치졸한 보복을 중단하고 자기 눈의 티끌부터 살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격언을 되새겨보길 교육부에게 권해본다.

'사람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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