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문제 '리콜'해야

2017.02.13 15:57:53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민족고유의 명절인 설날에 아파트층간소음으로 아래층과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내외만 조용히 살 때는 별문제가 없었으나 설날 오후만 되면 외손자들이 몰려온다. 예쁜 한복을 입고 세뱃돈을 받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서로 반갑게 만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서로반기고 안아주기도 하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여러 형제자매가 자라던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정겨운 모습으로 참으로 보기 좋았다. 이종사촌간이지만 친형제처럼 모이면 장난을 치며 거실과 이방 저 방으로 숨바꼭질을 하며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운동장처럼 뛰어논다. 조용히 시켜도 전혀 개의치 않고 마음껏 뛰어다닌다. 통제 불능이 되어도 꼬마손님인 손자들에게 명절날 화를 낼 수도 없고 아내와 나는 안절부절 하며 조용히 하라고 한다. 20여명의 집안 가족이 모여 식사 후 술자리까지 이어져 집안 분위기는 웃음이 넘치는 잔칫집분위기에 아이들은 재롱을 부리다 춤까지 추며 뛰기 시작한다. 인내력의 한계를 느낀 아랫집에서 올라와 너무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 달라며 얼굴을 붉히고 내려간다. 미안한 마음에 사과의 말을 했으나 평소 인사도 나누지 않은 이웃의 간격은 더 멀어만 진다. 층간소음으로 다툼이 일어나 심한 경우는 살인까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남의 일만 같았는데 이해가 되었다. 단독주택에만 살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공동주택은 층간 소음문제를 전혀 예측하지 않고 건축설계를 할 때 배려하지 않은 점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 피아노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이 소음으로 분쟁의 소지를 일으키고 있다. 평면인 단독주택은 이웃과 울과 담을 치고 살아가는데 아파트는 층간이 너무 얇은데다 방음장치를 하지 않은 공동주택이 대부분이다. 층간소음 문제는 담장의 개념은 생각하지 않고 집만 지어 팔아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층간에 담을 치듯 더 두껍게 방음장치를 했었어도 2만 건(한국환경공단 조사기준)이상의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층간소음문제는 막을 수 있었는데 인재(人災)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리콜제도가 있어서 부속품을 교체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이웃과 담을 쌓고 삭막하게 살고 있는 아파트생활인데 층간소음문제로 서로 적이 되어 원수처럼 살아가는 데도 행정당국이나 아파트건설업체는 리콜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대권주자들은 표를 얻으려고 청년층과 노인층을 향해 무슨 수당을 올려준다느니 선심을 쓰기에 앞서 국민의 2/3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해결해 주는 공약은 없다. 건축법을 강화하여 공동주택에서 마음편한 생활을 하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공동주택은 좁은 대지 위에 높은 건물을 지어 공급하기 때문에 반만 분양이 되어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이 떠돌아다닌다. 정치는 국민을 편하게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인데 분쟁으로 이웃 간에 원수처럼 지내도록 방치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신생아 출산율을 높이려고 지자체마다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도 좀처럼 아이들은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 아이들을 마음 놓고 뛰어 놀면서 자랄 수 없는 주거환경부터 개선해 주어야 할 것이다. 층간소음도 자동차 리콜처럼 건축 업주와 정부가 반반부담을 해서라도 층간소음을 막아 이웃과 화합하며 정을 나누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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