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들여 국립대 부속병원 건립한 이유

2017.02.16 16:30:03

한정호

충북대학교병원 내과교수

전국의 지역별 '교육대학교 부설 초등학교'에 입시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 등 왠만한 대학입시에 비견된다. 교육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양질의 교사진과 다양한 실습시설, 교사 당 아이의 숫자도 낮은 등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인데, 다른 학교에 없는 이런 특혜를 줘도 될까?
 
이는 부설 초등학교가 미래 교사인 교육대학생의 거대한 실습공간이며, 각종 교육프로그램이 교수에 의하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구, 실험되는 곳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특혜인 것이다.
 
'의과대학 부설 교육병원'의 설립과 유지의 목적도 이와 같다. 대학병원은 '미래의 환자'를 치료할 '미래의 의사'를 교육하고, 이들을 교육하는 의사(교수)의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대학병원의 교육은 일견 의대생만 생각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연중 수백 명-수 천명의 인턴과 전공의 과정생, 간호대, 간호조무사, 임상병리, 방사선, 물리치료, 응급구조 기사학생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충북에만 해도 청주, 음성, 영동, 증평, 경북의 문경까지 설립된 간호대 학생의 실습을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책임지고 있으며, 이들이 적절한 실습을 인정받지 못하면 간호사나 의료기사 자격시험도 응시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립대학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아닌 아닌, '교육부'의 산하기관으로서 예산을 받고 운영한다.
 
'우물에 침을 뱉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임상의학은 실제 진료현장에서 따라하며 배우는 과정이다. 이를 실습교육병원에서 제한하는 것은 이후 세대의 환자의 치료권을 빼았는 이기적 행위이다. 이런 시민의식이라면 학생실습에 시신을 기증하거나, 모르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뇌사자 장기기증은 말도 꺼내기 어렵겠다. 아니, 그래서 대한민국은 실습용 시신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뇌사자 장기기증도 네덜란드의 440분의 1, 스페인의 170분의 1인 이유인가?
 
2016년 한해에만 구급차에서 분만한 산모가 623명이나 된다. 의사도 아닌 응급구조사가 아이를 받은 것이다. 이런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미래의 의료인(학생)은 위급한 상황의 분만을 혼자서도 시행하여 산모와 아이를 살릴 줄 알아야한다. 기본적인 분만을 시행해보지 않은 자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곳이 국민 안정을 지키기위하여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예비의료인의 진료 과정의 참여가 싫은 분은 교육병원 이용을 자제해야하는 것이다. 또한 영리병원에서 마케팅을 위해 의사/간호사의 성별이 활용될 수는 있으나, 의료현장에서 남여의 차별이 의료인도 남/여를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 상식이다. 나이, 국경, 성별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환자에게 있듯이, 의료인도 그 차이를 나누어서는 안된다. 물론 개인적이거나 질병의 이유로 수련병원에서도 피교육자의 참관을 거부할 권리 또한 환자에게 있다. 이는 얼마든지 의료진과 상의해야할 부분이지, 교육병원의 가장 중요한 설립근거인 실습교육 자체를 부도덕한 양 비난해서는 안된다.
 
20년전보다 '의대생,간호학과 등을 귀찮은 실습생이나 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한 것이 언론보도를 보면 느껴진다. 이는 그 동안 교육병원들조차 진료수익에 매몰되어 본연의 역활을 환자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정부는 아예 방치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에게 교육병원에 진료를 받는 것 자체가 혜택이며, 동시에 미래의 우리 가족의 생명을 구할 유능한 의료인력의 양성을 위한 봉사이며 선행이라는 것을 알리는 원년으로 2017년이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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