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 無心)의 가르침을 배워야

2017.02.19 15:45:25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칼럼니스트

무심천(無心川)은 청주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하천이다. 청주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노년층은 여름이면 여기에서 멱을 감고 송사리를 잡은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선도산에서 발원하여 금천을 지나 청주시를 감싼 무심천은 대청호에서 보낸 물로 맑디맑다.

왜 이 하천을 '무심'이라고 일컬었을까. 조선 시대 청주읍성을 그린 지도에는 무심천이 아닌 심천(沁川)이라고 표기돼 있다. 그러니 시원에 대해선 필자도 상고할 수가 없다. 작고한 시인 이은상은 무심천을 이렇게 노래했다.

"옛날 어느 분이 애타는 무슨 일로 / 가슴을 부여안고 이 냇가에 호소할 제 / 말없이 흘러만 가매 無心川이라 부르던가"

혹자는 무심천이란 이름이 불가에서 나왔다고 했다. 무심천 변에는 예부터 불(佛) 가람이 많이 자리 잡았다. 청주 읍성 안의 용두사지, 탑동사지와 사직동 용화사, 그리고 직지심체요절을 찍은 흥덕사가 있었다. 골골마다 더 많은 사찰이 있었을 것으로 상정된다.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이란 비유처럼 '절은 하늘의 별만큼 많고, 탑은 기러기가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다.

무심천 변 운천동은 신라 삼국통일이후 가장 먼저 불사가 이뤄진 곳이며 이곳에서 통일신라시대 구리종과 여러 유물들이 출토된바 있다. 30여년전 운천동 신라 절터의 비밀을 캐는 깨진 비석이 찾아져 그 역사를 알 수 있었다.

흥덕사는 우리 조상들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만든 금속활자로 직지심체요절을 간행한 곳이다. 직지란 무슨 뜻일까.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온 말로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보면,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라는 뜻이다. 왜 직지가 무심천변에서 인쇄 된 것일까.

불가에서는 '무심이란 부처의 마음인 진심이며 진심이 곧 무심이다. 무심이란 곧 망상심이 없는 것이다'라고 해석한다. 무심론을 연 고승은 바로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 온 달마대사다. 달마의 무심론은 이렇게 시작된다.

"무심(無心)을 깨치면 모든 업장이 다 녹아 없어져 생사가 끊긴다. 마치 어두운 곳에 햇빛이 한 번 비치면 어둠이 다 가시듯, 무심을 깨치면 모든 죄가 없어지는 것도 그러하다...지난 날 미혹할 때는 마음이 있더니 이제 깨닫고 나니 무심이라 무심이긴 하나 비추고 쓰나니 항상 고요한 비춤과 쓰임은 그대로 여여하다(하략)-

신라 문장가 고운 최치원도 무심을 추구하여 욕심 없이 만년을 산 이다. "무심해야 도(道)를 얻을 수 있고 '유심(有心)'하면 도를 얻을 수 없다. '유심'은 분별과 시비를 일삼으니, 즉 평등의 지혜에 이를 수 없다." 그가 고국 서라벌로 돌아와 세속을 떠나면서 집착한 것이 바로 무심이었다.

고운의 '무심 풍모'를 흠모한 추사 김정희도 다음과 같은 시를 짓는다. '세속에는 두 가지 병이 있다. 하나는 나귀를 타고도 나귀를 찾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나귀를 타고 내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나귀를 타고도 나귀에서 내리려 하지 않는 것이 제일 고치기 어려운 병이다' 시정 사대부들의 관직에 대한 탐욕을 꼬집은 것이다. '무심'에 대한 뜻과 유래가 이러하니 불가와의 인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 원로, 무산 스님이 법문을 통해 정치권을 향해 질타했다. "대통령 되겠다는 정치인들은 자기 허물을 감추고 남의 허물을 들춰내는 추태가 점입가경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고 물으면 '삼독(三毒·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불길을 잡는 사람이 민심도 잡고 대권도 잡는다'고 정중하게 전하십시오."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심에 찌든 조급한 잠룡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고언이다. 한번 즘 시간을 내어 청주에 내려가 무심천을 거닐며 '전정한 무심'을 생각 해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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