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용소방대원으로 산다는 것

2017.02.27 15:33:46

박흥순

진천 여성의용소방대장

지난해 가을이후 어수선한 나라 안팎 사정으로 세상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지만 나눔과 봉사문화가 꾸준하게 지속되는 건 예부터 따뜻한 정을 우선시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이 이어져 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과 맞물려 지난 15년을 진천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를 돌아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여성의용소방대라는 1인 3역을 하면서 나름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돌아본 내 모습은 뿌듯함 보다는 부족함이 앞서는 나와 만나게 된다. 남들이 보면 오지랖이 넓다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모습으로 비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119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브랜드로 정착되면서 소방력을 보조하는 우리 의용소방대 또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우리 조직은 주민을 위한 순수한 민간봉사 단체로 생업과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10만 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거대 조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오직 주민들만 보라보며 각종 재난현장에서 소방력을 보조하면서 숭고한 희생을 감수한 선배 대원들의 후광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사회 전반이 다변화 되고 더불어 재난상황도 복잡해지면서 단순히 화재진압 보조 업무에 한정되었던 의용소방대 활동이 이제는 사후약방문 시스템이 아닌 선제적인 예방행정으로 적극 전환 되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시책 추진의 중심에 우리 여성 의용소방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활동이 119수호천사다. 응급처치법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대원들로 구성돼 흔히들 말하는 "4분의 기적, 손깍지의 사랑"으로 대변되는 심폐소생술을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주변에 심정지 환자 발생시 신속한 응급처치로 주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있다. 아울러 화재피해주민을 위한 시책으로 피해 주민에게 전문적인 심리상담 자격증 소지한 대원들이 트라우마 등 정신적인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심리 상담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당장 필요한 생필품 몇 가지를 사다가 전달하는 일도 빼먹지 않는다.

또한 계절별로 테마를 달리한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산불이 집중되는 봄과 가을에는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산불예방 홍보를 실시하고, 여름철에는 지역의 유원지를 중심으로 수난사고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기취급이 많은 겨울철에는 화재예방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연중 소방차의 통행로 확보를 위한 불법 주정차 금지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름다운 진천의 전통을 지켜가려는 우리 진천 여성의용소방대원들의 섬세한 마음의 표현으로 독거노인 돌봄서비스는 그 대표적인 활동이다. 화재발생 장소 중 사망사고 피해가 많은 주택화재 예방을 겸한 시책으로 보급된 주택 기초소방시설인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 작동상태를 확인하고 어르신들의 간단한 건강 체크와 말벗이 되어주는 활동이다. 또한 해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지역의 보훈가족을 초청하여 조촐한 위안행사도 치르고 있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저만치서 봄이 다가오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랑이 있고, 스스럼없이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있어 행복한 이 봄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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