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2017.02.22 17:56:16

조영희

세명대 관광학과 외래교수

옛날 어느 마을에 돌밭을 가진 부지런한 농부가 착한 아들 셋과 함께 돌밭에서 하루하루 돌을 주워 와 집 주위에 차곡차곡 담 쌓기를 시작해 3년 만에 돌담이 완성되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농부의 초가집은 더 아늑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이 농부의 초가집과 동네 제일가는 부자의 기와집이 마주하고 있었다. 부자는 늘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농부의 돌담에 마음이 끌렸다. 아침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농부네 돌담이 금빛으로 빛이 났던 것이다. 부자의 눈에는 돌담이 금으로 보였다. 부자는 돌담이 갖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고 농부를 찾아가 간절히 말했다. 둘이 살기에도 큰 기와집과 밭에 소 한 마리도 얹어 줄테니 집을 맞바꾸자고 제안하였다. 농부는 자식들과 상의 후 부자의 의견을 수락했다. 이사 후 부자는 기분 좋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돌담이 금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그저 돌담으로 보였다는 전래동화다. 이 이야기는 며칠 전 유치원에 다니는 일곱 살 조카가 가지고 온 전래동화다. 돌멩이가 황금으로 보여서 기와집과 밭과 소와 바꾼 부자의 이야기에서 느낀 점이 무엇이냐고 동생은 딸에게 질문을 하였고 다음과 같은 답을 들으며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를 고민했단다. "부자가 헛것을 보았다" "늙어서 잘 안보였다"는 조카의 답변에 나 또한 7살 눈높이가 무미건조한 어른과 같아지고 있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 엄마는 애에게서 어떤 답을 듣고 싶었던 것일까?

내 인생에서 전환점은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전과 후의 내 사고(思考)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모든 삶이 무기력하고 사는 낙이 없었다. 아주 잠시라도 매일 통화하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립고, 자주 뵙지 못했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슬픔이 컸었다. 그래서인지 무엇이든 심드렁해졌고 내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남의 의견에 따라주는 일이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욕심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리움의 정도야 같지만 이런저런 욕심은 다시 늘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요즘 맴도는 말이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100세 시대에 앞으로 50년은 족히 더 살아질 것일 텐데 어떻게 잘 살아내야 할 것인지가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나는 무기력과 의욕저하로 나태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어차피 해도 안 될 것 같아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시간은 없고 할 일은 산더미인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에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현재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 진단해 주었다. 잠시의 게으름은 문제가 아니지만, 이 게으름이 지속된다면 습관성 게으름이 되고, 한번 몸에 밴 게으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단다. 이런 때일수록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과감하게 돌진하는 힘이 필요하다지만 목표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해야 할 일들은 쌓여만 있다. 정작 걱정만 앞서는 것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생각이 났다.

어느 분이 100세 시대의 3대 리스크로 꼽는 내용이 있다. '돈 없이 오래 살 때', '아프며 오래 살 때', '일 없이 오래 살 때'라고 한다. 100세 시대에 맞게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년이 만60세인 경우들이 많다. 딱 이때까지만 일하고 편안히 노후를 맞이한다면 경제적으로야 더할 나위 없는 평온한 삶이겠지만 삶의 목표라는 것이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할 것이다. "노동이 집안으로 들어오면 빈곤은 도망친다. 그러나 노동이 잠들어버리면 빈곤이 창으로 뛰어 들어온다." 로벨트 라이니크의 말이다. 열심히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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