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달래강과 달기봉

2017.03.01 16:49:18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유람선을 타고 청풍호를 지나 강 하류로 내려오면 충주댐에 도착하게 된다. 댐에서 흘러내리는 강은 충주의 북쪽을 감싸고 돌아내려 여주 양평을 거쳐 북한강과 합쳐서 서울의 한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충주에는 괴산 지역의 높은 지대에서 흘러 내려와서 충주의 남쪽과 서쪽을 감싸는 한 줄기의 강물이 있으니 이를 달천 또는 달래강이라 부른다. 달래강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하여 충주 탄금대에서 남한강에 합류하는 아름다운 강이다. 달래강에는 여러 가지 유래와 전설이 전해오는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슬픈 오누이의 전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어느 날 오누이가 이 강을 건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와서 누이의 옷이 함빡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아름다운 여체가 그대로 나타났다. 이를 본 남동생이 욕정이 발동하자 스스로 도덕적 규범에 벗어난 자신을 자책하고 자신의 성기를 돌로 찍어 죽고 말았다. 그것을 본 누이가 '달래나 보지, 달래나 보지' 하며 슬피 울었다고 하여 달래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 역시 다른 지역의 달래강들도 한결같이 같은 전설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름을 가지고 상상하여 재미있게 지어낸 것일 뿐 실화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달래강의 어원을 밝히기 위한 실제적인 지명 유래로서는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달래강은 '달천(達川)'이라고 한자로 표기한 것만 보아도 '달+내(川)+강(江)'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달'은 무슨 의미일까· '달'은 옛말에서 '크다, 높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며 '산(山)'의 의미로도 쓰여 왔다. 그러므로 달래강은 '달(山)에 있는 내(川), 산속에 흐르는 냇물이나 산을 끼고 흐르는 강물'의 의미로 추정해 본다면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줄기로서 지형적 특성이 일치함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보은군 회남면 조곡리의 달기봉을 비롯하여 보은군 수한면 동정리의 달기터, 단양군 영춘면 사이곡리의 달기미산, 단양군 어상천면 덕문곡리의 달기미 마을, 청주시 서원구 옥산면 다락리의 달기미재 등에 나타나는 '달'은 '달+기'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닭(鷄)'이 명사 앞에서 수식의 역할을 할 때는 '닭의'의 형태가 되어 '달기똥, 달기장'처럼 '달기'라고 쓰인다. 따라서 '달기'가 붙어 쓰이는 지명에서 '달기'는 자연스럽게 '닭'으로 인식하게 되고 한자로는 '계(鷄)'로 표기하게 돤 것이다.

음성읍 용산리 생골에 있는 큰골이라는 마을 뒤에 '계봉(鷄峰)'이라는 나지막한 산이 있는데 닭이 먹이를 주워 먹는 형국이라 '달기봉'이라고 부르다가 한자로 '계봉(鷄峰)'이라고 쓰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단양군 매포읍 우덕리의 달기봉은 뾰족하고 사방이 잘 보여서 옛날부터 초소로 이용되어 왔으며 일본인들이 비행기 방향 표시로 항상 깃대를 세우고 표시판을 정비하던 곳이라 하는 것으로 보아 '달기'란 '높다'는 의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북가현리의 달기봉, 충남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의 달기봉, 충남 금산군 복수면 목소리의 달기봉 등이 있으며 변산반도에서 유명한 채석강도 달기봉 아래에 있다. 충남 금산군 군북면 동편리, 두두리와 금성면 대암리 경계에 있는 산이 달기봉인데 산의 모양이 닭 또는 닭벼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맞은편 앞산을 계원봉(鷄元峯)이라 부르는데, 마을에서는 계원봉이 암탉 그리고 달기봉이 수탉이라고 말한다. 북한 지역에도 평북 자성군 장토면(長土面) 진평리에 있는 달기봉은 압록강으로 흘러드는 여러 지류의 발원지를 이루고 있으며 자강도 중강군의 딸기봉은 닭의 볏처럼 생겼다는 데서 비롯된 지명으로 달기봉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이와같이 '달기'계의 지명이 전국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달기'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널리 쓰여온 말임을 알 수가 있다. '달기'는 '달'에 '기'가 붙은 구조인데 '달'이 '높다, 크다' 의 의미라면 '기'는 '솟아 있는 땅'이라는 의미의 '곶'이 '고지, 구지'로 쓰이다가 음운변이된 형태로 보인다.

따라서 '달기봉'이란 '높게 솟아있는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말이며 '닭'의 의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다.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의 달계리(達鷄里)를 금계포란형의 명당이라 해석하고 있는 것은 풍수지리로 보아 마을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음과 연관지어 해석한 것으로 생각되며 어원은 '달기골, 달구골'로 '높은 지대에 조성된 마을'이라는 의미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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