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의 등산로 폐쇄 신중해야

2017.03.01 16:48:21

조무주

객원논설위원

매봉산이라는 이름은 전국에 산재한다. 서울에 있는 마포, 성동, 강남구를 비롯해 강원도 태백, 전북 김제, 부산 강서, 경북 구미 등에 매봉산이 있다. 이는 산 봉우리 모양이 매와 같은 곳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매는 날카로운 부리와 매서운 눈을 가진 새로 앉아있는 모습이 날렵하다. 이처럼 생긴 산을 선조들은 매봉산이라 이름 지었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매봉산은 임금이 꿩 사냥을 하기 위해 매를 날려 보냈던 곳이라 하여 매봉산이라 불렀다는 전설도 있다. 어떻튼 매봉산은 매와 관련이 있다.

청주시 서원구에도 매봉산이 있다. 매가 앉아있는 모습 같지는 않지만 도심이 있는 산치고는 꽤 수려하다. 완만한 경사지로 산책하기 좋은 곳이어서 하루 수백명이 이곳을 찾는다. 특히 매봉산과 구룡산이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양쪽 산을 오가며 등산하는 시민들이 많다. 청주시내에 이처럼 좋은 산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매봉산은 특히 다양한 등산로에다 산 정상에 각종 운동기구와 배드민턴장이 있어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매봉산 정상에는 청주시내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화청각이라는 전망대도 있다. 매봉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청주시가 마련했다. 등산 중에 비가 내리면 대피소가 된다. 높이 7.7m, 2층 전통 한식 육각 전망대로 매봉산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등산객들은 매봉산 사방에서 올라오지만 남쪽의 소나무 숲 등산로가 특히 명물이다. 산남주공 1,2,3,4 단지를 비롯 수곡동 주민들이 주로 이 등산로를 이용한다. 30~50년 된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도시의 숲이 아니라 유명 관광지의 오솔길을 거니는 느낌이다. 이처럼 좋은 등산로가 아파트 인근에 자리잡아 은퇴한 원로들이 이 마을로 이사를 많이 온다.

매봉산은 잠두봉과 함께 서원구 주민들에게는 보고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매봉산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0년 도시계획 시설에 대한 일몰제를 앞두고 민간 공원 개발 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매봉산 일대 41만4000㎡ 중 28만9800㎡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12만4200㎡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또 공동주택 부지 중 5100㎡에 보건소가 들어선다. 한솔초등학교도 확장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등산로가 폐쇄 될 위기에 처했다.

매봉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기존 등산로의 폐쇄는 절대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현재의 개발 계획에 의하면 남쪽 등산로가 폐쇄되고 4차선이 들어서게 된다. 주민들은 4차선 확장이 불가피 하다면 도로를 산쪽으로 올려 등산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훌륭한 등산로를 공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폐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4차선 계획 도로는 폭이 16m로 적지 않은 면적의 산림을 훼손한다. 최소한의 산림 훼손을 위해 4차선을 2차선으로 줄이는 방법도 강구해 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럴 경우 소나무 숲의 훼손도 막고 등산로도 살릴 수 있다.

등산로 폐쇄 불가 입장에 대해 청주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관계자들의 입장일 뿐 공원 개발을 주도하는 업체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당초 개발 업체는 모충동 방향으로 터널을 뚫기로 했으나 청주시가 이를 취소하고 수곡동 우편집중국으로 도로를 신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터널 공사비 80억 원이 줄어든다. 이만큼 개발 업체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80억 원의 이익만큼 아파트 세대를 줄이면 기존 등산로를 살릴 수 있다. 매봉마을 주민들에게 이 소나무 숲 등산로는 생명수와 같다. 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권리를 찾자는 주장이어서 개발 업체도 이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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