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 불편했던 모습들

2017.03.14 14:08:31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기 직전의 세상 모습을 잠시 되돌아봅니다. 특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바라보기 불편한 모습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지요.

먼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떠올려 봅니다. 우병우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정치권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지요. 더불어민주당의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최순실 게이트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지만 이러한 결정이 내려져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고, 국민의당의 박지원 대표는 "얼마나 많은 국정농단, 직무유기, 직권남용을 했는가는 사법부에서도 잘 알 텐데 이러한 결정이 내려져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정의당은 "법원의 판단은 매우 실망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권의 이러한 반응은 주요인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되풀이되는 하나의 습성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편의 인사가 기각되면 현명한 판단으로 평가하고 반대편의 인사가 기각되면 법원을 폄훼합니다. 국회가 자신들이 만든 법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이처럼 왈가왈부하는 것은 분명 못된 습성이자 억지입니다.

그즈음 언론에 '야4당'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일컫는 것인데 바른정당이 언제부터 야당으로 분류된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졌습니다. 새누리당이라는 간판 아래 국회의원이 된 그들이기에 비록 배신을 하고 뛰쳐나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곤 하지만 분명히 여당의 기(氣)가 남아있을 터인데 야당으로 분류되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특히 대선후보로 도전장을 던진 유승민 의원의 경우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내어놓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던 것이 생각나 아이러니마저 느껴졌습니다. 하긴 기왕에 배신을 하려면 철저하게 해야겠지요.

탄핵 심리가 하이라이트를 향할 즈음 엉뚱하게도 정치권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전여옥 전 의원이 각광을 받더군요. 그녀는 누구인가요. 정몽준의 '국민승리21'에 몸담고 있을 때에는 박근혜를 '아버지 박정희의 정치적 유산 상속자'라며 맹공을 펴더니, 한나라당의 대변인이 되면서는 박근혜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건 사심 없는 정치인'이라고 극찬을 늘어놓았는가 하면, 2006년 대선 때는 돌연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더니,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탈락이라는 아픔을 안자 곧바로 탈당해 '국민생각'에 입당했던 인물이지요.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 아닌가요.

장시호는 또 어땠나요. 이모를 과감하게 낭떠러지로 밀어내면서 자신만은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비감한 생각에 젖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곤 하더라도 어머니와 피를 나눈 형제인데 그처럼 냉정하게 내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긴 해도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와 곧 다시 만날 인륜인데 참으로 처절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인데 끊임없이 기업인들의 발목을 잡는 수사기관의 태도 또한 고개를 갸웃하게 하더군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말 특검 출범 직후부터 줄곧 출국 금지가 돼 있다고 합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작년부터 검찰과 특검이 번갈아 발을 묶고 있다고 하고요.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인에 대한 이러한 출금 남발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네요.

대통령 탄핵 이후의 사회상은 또 어떻게 변할까요. 제발 배신이나 아이러니, 모순, 억지, 이런 단어들이 대폭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희망, 신뢰, 믿음, 순리, 이런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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