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며느리의 지혜"를 읽고

2017.03.27 13:25:51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옛날 어느 부자가 회갑을 맞이하여 잔칫상을 받고나서 세 명의 며느리를 불러 앉혀놓고 한줌의 쌀을 나누어 주면서'꼭 10년 후면 나의 고희(古稀)가 되겠구나! 지금 나누어준 쌀로 고희잔치 선물을 마련하도록 해라'라고 말했다. 방에서 나온 첫째 며느리는'아버님이 노망을 당겨하시나 봐!'하고는 그 쌀을 마당에 있는 닭에게 모이로 주었다. 둘째 며느리는 집으로 가지고와서 쌀독에 도로 넣었다. 셋째 며느리는 집으로 돌아와 한줌의 쌀을 꼭 쥐고 한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느 듯 세월이 흘러서 10년이 지났다. 고희잔치를 맞은 부자는 온가족을 안방에 모이게 하였다. 내가 10년 전에 세 며느리에게 쌀 한줌을 주면서 오늘 고희 잔칫날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었다. 준비한 것을 가져 오너라. 첫째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 했다. 둘째는 아버님이 농담을 하시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셋째는 장부하나를 가만히 내밀었다. 장부를 읽어보시던 시아버님은 눈이 둥그레지면서 셋째를 바라보았다.'소가 5마리, 돼지가 10마리, 염소가 20마리, 그리고 닭이 100마리'그래 막내야! 너는 어떻게 한줌의 쌀로 10년 만에 이렇게 많은 선물을 마련했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 보아라. 셋째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버님이 쌀을 주신 뜻을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뒷집으로 가서 한줌의 쌀과 병아리 한 마리를 바꿨습니다. 1년이 지나자 병아리가 알을 낳고 그 알을 팔아서 또 병아리를 사고, 3년이 되니 닭이 100마리가 넘었습니다. 닭을 몇 마리를 팔아서 염소를 사니 닭은 계속 알을 낳고 염소는 또 염소를 낳고 그 다음은 돼지를 샀고 그 다음은 송아지를 사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불어났지만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2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아버님! 생일 선물로 받아주세요. 셋째 며느리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할 말을 잊고 감탄만 할 뿐이었습니다. 시아버지는"우리가문을 이어갈 사람은 막내며느리 밖에 없구나! 내 모든 재산을 막내에게 상속할 테니 네가 맡아서 가문을 크게 일으켜라!"라고 하였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작은 것을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쌀 한줌으로 어떻게 시아버지의 칠순선물을 마련하겠는가· 하고 생각한 큰 며느리는 닭의 모이로 주었고, 둘째 며느리는 한줌의 쌀을 자기 집 쌀독에 넣어버렸기 때문에 재산을 불려나가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혜로운 셋째 며느리는 한줌의 쌀도 소중하게 생각하여 재산을 불려나가려고 병아리와 바꿔서 종자돈으로 키웠다. 시작은 작은 것이었지만 조금씩 키워갔기 때문에 닭에서 염소로 돼지와 소로 불려나간 노력에 칭찬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씨앗하나가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굴지의 대기업을 일궈낸 분들의 자서전을 보면 처음엔 작은 일을 시작하여 사업을 점차 불려나가면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주 최 부자의 가훈을 보면"진사(進士)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만석(萬石)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이다. 최 부자의 가훈은 검소한 생활로 이웃을 배려하면서 300년 동안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독특한 지혜가 담겨 있다. 근검절약의 생활과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며 평범한 진리를 실천했다는 삶의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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