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의 탁상행정 반성해야

2017.06.06 13:36:05

[충북일보] 탁상행정의 폐해는 아주 크다. 초래되는 잘못도 참 많다. 최근 충북도교육청이 벌이려 했던 '상권활성화' 대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괜한 오해만 낳고 실현되지는 않아 다행이다.

도교육청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매월 1일 점심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구내식당 문을 닫고 전 직원들이 전통시장이나 인근 식당을 이용토록 하고 있다. 이른바 지역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8년 전부터 '지역사랑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경기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뜻에서 제도화 했다. 교직원들은 매월 1일 중식 때마다 청사를 비우고 밖으로 나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 좀 더 욕심을 냈다. 점심시간을 1시간 더 늘리는 방안을 수립했다. '낮 12시~오후 2시'와 '오전 11시~오후 1시' 두 가지다. 기존 점심시간 1시간으론 전통시장 이용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도교육청 직원들 모두가 공무원이란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공무원은 당연히 법정 근무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점시시간 연장으로 생긴 공백을 메울 묘안을 찾지 못했다.

결국 유연근무제를 통해 1시간 일찍 출근하거나 1시간 늦게 퇴근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이 계획이 전달되자 직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했다. 물론 지역 상권에 도움을 주겠다는 뜻엔 대부분 공감했다.

하지만 공무원 희생을 강요하면서 추진하는 일방적 정책엔 동의하지 않았다. 맞는 얘기다. 유연근무제는 육아 등 개인적인 일 처리를 위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는 제도다. 전통시장 장보기 등에 사용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도교육청이 벌인 이번 일은 공무원들의 현실적 상황을 파악치 않고 벌인 탁상행정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현장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알기나 하고 벌인 행정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

'지역사랑의 날' 운영의 좋은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어려운 지역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는 의도 역시 파악된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이번 시도는 아직도 교육계 전반에 고스란히 남은 적폐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척결해야 한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헛일이다. 사전 의견 조율 없이 진행된 일방행정이라면 더 큰 문제다. 혹 김병우 교육감의 차기 선거를 위한 오해로 번지면 걷잡을 수 없다.

탁상행정(卓上行政)은 탁상공론에 가깝다. 그리고 결과가 좋으면 '탁상'자를 말머리에 붙이지도 않는다. 탁상행정은 대개 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림짐작으로 일을 처리하는 특징을 갖는다. 결국 현실성이 떨어져 실패하는 게 결론이다.

주로 상명하복이 강력한 거대 조직(적어도 100명 이상)에서 많이 나타난다. 도교육청 역시 300여 명이 근무하는 거대 조직이다. 심할 경우 조직 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때론 물적-인적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모든 정책에는 완급이 있고 선후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교육행정은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불도저식의 일방행정이나 소통 없는 탁상행정은 아주 위험하다. 임기응변이나 땜질 처방으로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탁상행정은 현장의 소리를 외면한 죽은 정책과 같다. 부디 도교육청이 '지역사랑의 날' 운영의 본래 취지를 잘 살려나가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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