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불과 한달 여만이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이은 대형참사에 제천 화재 유가족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도 지속적인 '화재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화재소식을 접하며 언제든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서다.
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재난심리치유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관들이 나뉘어 있음에도 이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 타워'가 없어 중복치료 등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라우마란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등 극심한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하는 심리 반응이다.
제천 참사를 겪은 유가족과 도민들은 또 다시 비슷한 형태의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을 목격하며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된 상황이다.
시민 A(29·증평군)씨는 "어릴 적 집에 화재가 난 적이 있었는데,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화재 사건을 겪은 후 옛 기억이 떠올라 건물에 들어가기가 무섭다"며 "정신과 상담을 몇 번 받아보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들리는 화재 소식을 막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제천시는 재난심리지원 전담팀을 구성해 유가족과 부상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면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 23일까지 한 달여간 시가 운영하는 심리안정지원팀의 심리 치료와 상담 건수가 600건을 넘어선 상태다.
밀양 세종병원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29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밀양 문화체육회관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는 지난 사흘 동안 총 54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심리치유에 앞장서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 기관들이 이원화돼있다는 점이다.
장기적 치유가 필요한 트라우마의 특성상, 일원화된 통합치료체계 구축 및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도내 한 재난심리치유센터 관계자는 "현재 재난치료지원은 각 지자체별로 지원하고 있고 통합해서 추진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천 화재참사의 경우 제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이외 기관에서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지원요청이 있을 경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제천화재 당시 재난심리치유 지원활동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제천시에서 먼저 나선 만큼 향후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치료기관별 통합이 안된 상황이라 각 지자체 기관에서 연락이 오면 중복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강병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