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이름 쓸 수 있어요"

괴산 광덕4리 아미동 할머니 한글교실 수료식

2009.03.31 13:08:26

힘든 생활과 자식교육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쳐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던 괴산군 문광면 광덕4리 아미동 10명의 할머니들이 마을이장과 노인회장의 도움으로 마련된 무료 한글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31일 이곳에서 한글학교 수료식을 겸한 발표회를 가졌다.

힘든 생활과 자식교육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쳐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던 괴산군 문광면 광덕4리 아미동 할머니들이 뒤늦게 배움의 길에 나서 31일 한글을 떼고 동요와 동화구연까지 해보는 기쁨을 누리며 회환의 눈시울을 적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냈다.

이 마을 10명의 할머니들은 지난 1월 초 마을 이장 조윤주(48)씨와 노인회장 신광우(76)씨의 주선으로 마을회관에 마련된 무료 한글학교에서 석 달 동안 유치원 교사 출신인 정숙현(44) 씨로부터 한글을 배우고 숫자를 익혔으며 이날 마을회관에서 한글학교 수료식을 겸한 발표회를 가졌다.

대부분 해방 이전에 태어나 궁핍한 생활 속에서 자녀들과 다른 가족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할머니들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채 자신의 이름도 못쓰고 덧셈과 뺄셈도 제대로 몰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할머니들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마을회관에 모여 정 씨로부터 2시간씩 한글과 숫자를 배운 끝에 이젠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있게 됐으며 웬만한 덧셈과 뺄셈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할머니들에게 한글학교 수료증이 전달됐으며 특히 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안겨준 정 씨에게는 이제덕 문광면장이 감사패를 전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했다.

할머니들은 수료식이 끝난 뒤 '나비야', '꼬끼리', '산토끼', '꽃밭에서', '퐁당퐁당' 등의 동요와 '나처럼 해봐요'라는 동화구연을 발표해 마을주민들의 찬사를 받았다.

또 이장과 노인회장, 면장에게 각각 드리는 감사의 편지를 할머니들이 직접 낭독하면서 그동안 배움에 목말라 하던 심경을 글로 표현하는 순간 할머니들은 물론 수료식에 참석한 마을 주민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다.

괴산 / 노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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