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향토기업 죽이기

2009.04.05 20:37:35

청주~서울간 노선을 두고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대기업 '속리산고속'(금호고속)과 향토기업 '서울·새서울고속'간의 출혈경쟁이 벌써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속리산고속은 '고속버스 서울 운행 40주년'을 기념한 이벤트 행사 명목으로 청주~강남간 우등고속 요금을 9천600원에서 6천500원으로, 일반 요금을 7천원에서 6천원으로 인하했다.

또 청주~동서울간 우등고속 요금은 1만400원에서 6천500원으로, 일반은 7천600원에서 6천원으로 인하하는 등 38%에 달하는 파격적인 요금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서울·새서울고속도 강남과 남서울 시외버스 요금을 현행 7천원에서 6천500원으로, 동서울은 현행 7천600원에서 6천원으로 내리며 맞대응을 했다.

현재 이들은 매월 1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지만 여전히 어느 한 쪽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출혈경쟁을 보고 있자니 향토기업을 고사시키고 영업권을 독점하려는 대기업의 술수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5월 국내 굴지의 운송업체인 금호고속이 인수한 속리산고속.

향토기업인 서울·새서울고속과 비교하면 이건 누가봐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금호고속이 가지고 있는 전국노선 가운데 속리산고속이 운행하고 있는 청주~서울간 노선은 3%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새서울고속의 서울노선은 전체노선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

결국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적자가 어느 쪽에 더욱 절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 굳이 계산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특정노선에 한해 요금인하 결정을 내린 것에서도 속리산고속의 속셈을 읽을 수 있다.

속리산고속은 서울·새서울고속과 노선이 중복되는 청주~강남, 청주~동서울 간 노선은 요금을 내린 반면 청주~상봉간 등 미중복 구간은 기존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분히 서울·새서울고속을 노린 요금인하임을 짐작케 한다.

이밖에 이벤트 철회만으로도 요금의 원상복귀가 가능한 이벤트성 행사로 요금인하를 선택한 것도 자신들의 승리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업체와 업체간 경쟁을 두고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향토업체를 억누르고 지역내 영업권을 독점하려는 대기업의 모습을 볼 때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 당연하다.

특히 업체간 경쟁구도 속에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서울방면 버스요금이 싸졌기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도 잠자코 지켜보고만 있다.

그러나 만약 속리산고속이 승리를 거둔 뒤 요금을 정상화 시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과연 시민들이 잠자코 보고만 있을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