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청 이전… 수곡동은 지금

'텅빈' 구법원 사거리… 발길도 관심도 '뚝'

2009.04.27 19:59:21

편집자 주

청주 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은 지난해 6월 38년간의 '수곡동시대'를 마감하고 산남동 신청사로 이전했다.
그 후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수곡동 옛 청사부지는 아직도 '흥덕구청 출장소가 들어선다', '인근 대학의 로스쿨 부지로 활용된다', '병원이 세워진다', '공원이 조성돼야 한다' 등 뜬소문만 난무한 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도심 속 흉물로 방치돼 있다.
이로 인해 일순간 '죽은 동네'가 돼버린 이 일대 주민들을 만나 고충을 들어봤다.

27일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옛 청주법원과 검찰청 일대 상가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곳은 지난해 6월 법원·검찰청 이전 후 심각한 공동화 현상으로 사람들의 발길 조차 뜸해졌다.

ⓒ김태훈 기자
27일 오전 10시 옛 청주 지방법원과 검찰청 인근 상가지역.

옛 청사를 중심으로 늘어선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들에는 황량함 마저 느껴진다. 가뭄에 콩 나듯 간간이 보이는 유리창 속 형광등 불빛만이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기분 탓일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도 좀처럼 만나기가 힘들다.

그러나 낮 시간대는 그나마 나은 편이란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이곳을 지나는 사람의 발길은 말 그대로 '뚝' 끊겨버린단다.

법원과 검찰청이 산남동으로 이전 된지 벌써 10개월여가 지났다.

그 사이 50여개의 변호사·법무사 사무소들도 산남동으로 집단 이주해 가 이 일대는 순식간에 '죽은 동네'가 돼버렸다.

특히 법원과 검찰청, 인근 사무실 직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오던 중소 음식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이 일대 사무실 또는 상가의 70~80%가 비어있는 상태.

옛 청사에 대한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으니 임대료가 떨어져도 새로운 입주자가 도무지 나설 생각을 않는다.

"99년 당시 이곳은 밤 9시가 넘어서도 대낮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곳이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오후 6시 반만 돼도 그나마 영업을 하고 있는 점포들조차 손님이 없으니 문을 일찍 닫아버려요."

이곳에서 10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공상배씨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씨는 "월평균 60만~70만원 하던 임대료가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이지만 임대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현재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사무실들은 임대료가 워낙 싸니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낮 12시를 넘어섰다. 그러나 점심을 먹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점심 시간대 흔히 볼 수 있는 배달 오토바이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1시가 다 되어서도 손님을 받지 못한 인근 식당주인 김모씨는 "가계 문을 닫는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게 아니기에 오늘도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있어야지 어떻게라도 할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같은 심각한 공동화 현상의 해결을 위해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공공기관을 이전해 주든지, 아니면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무상으로 양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용도 폐기된 국유재산이라도 돈을 내고 매입하거나 임대료를 내고 써야 한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민호 수곡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현실적으로 300억원이나 소요되는 매입은 물론 수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조차 지자체엔 큰 부담이다"며 "내달 중 4만5천여명의 주민서명을 받은 무상양여 요구 탄원서를 기획재정부, 한국자산관리공사, 청주시 등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과 검찰청이 이전한 후 수곡동 인구가 4000명 이상 줄었다"며 "처음에는 관련기관이나 국회의원들이 관심도 가져줘서 기대도 했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한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 전창해기자 wide-s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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